칼사사 200211 정모 (200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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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026 Vote: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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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만에 칼사사 정모다.
객기가 두목을 하던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매달 꼬박꼬박 찾아오던 정모가 이제는 드문 일이 되어 있었다.
그간 객기의 노고를 다시금 생각했고, 우리는 앞으로도 잘 해보기 위해 선웅을 새로운 두목으로 추대했다.
어느새 7년이나 흘러있다.

정준이나 진호 같은 추억의 인물들도 몇 년만에 만났고,
또 생일이라고 친구들이 챙겨준 케익도 잘라냈다.
모두들에게서 짙은 고마움을 느낀다.

사진도 몇 장 찍었는데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관계로 후에 공개토록 하겠고.

대학 4년차가 되어 있는 칼사사 친구들 역시 예외는 아니던지
취업은 우리들에게도 중요한 화제가 되어 있었다.
이미 취업을 한 객기는 명함을 돌렸고,
친구들은 내 가당치도 않은 사업에 관해 물어왔다. --+

그러나 나는 이제 시민운동가.
칼사사 친구들은 동년배 모임 중에서 편하게 정치나 사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들이다.
대개의 경우 무슨 따분한 정치 얘기냐, 혹은 정치는 다 똑같아, 정치인들은 다 쓰레기들이야, 하며
무관심하거나 그저 싸잡아 비판 아닌 비난하는 데 익숙하기 쉬운데
그들은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또 물론 진보가 대세지만 적당한 보수도 있기에 대화하기에 용이하다.

정치 이야기를 하자면 칼사사 친구들 중에서 경원이란 친구와 이야기 하는 게 나는 가장 좋은데
그 친구는 맹목적인 신념이나 자기 확신에 기인하지 않고,
폭넓은 지식과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주장을 펼치는 게 마음에 든다.
또한 학습과 고민을 통하여 충분한 생각을 한 후 말을 하는 편이라 이야기에 깊이가 느껴진다.
다만 목소리가 너무 작아 잘 안 들리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

새벽에는 나이트를 갔다.
선웅이는 성인나이트를 가보고 싶다고 주장하였고,
우리는 신림동에 위치한 라스카라,라는 나이트를 찾았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라스카라는 과거 성인나이트였던 적도 있다고 하지만 이제는 일반적인 나이트로 변해 있었다.
다행히도 역사는 속일 수 없던지
평균 연령층이 일반 나이트보다는 조금 더 높았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긴 하겠다.

우리는 라스카라,를 신림동 최고의 나이트로 꼽는 데 주저치 않을 만큼 만족했다.
특히 유승준을 닮은 웨이터 비너스,가 연이어 찔러주는 부킹은 실로 완벽했다.

첫 여인은 내가 받았다.
웨이터한테 이빨 좀 풀었더니 들어가자마자 바로 데리고 온다.
나는 낯선 여자와 친해지는 데 꽤나 익숙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별히 언변술이 뛰어나다거나 특출난 외모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연륜과 경륜이라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기에 나의 적중률은 꽤 높은 편이다.
이번 역시 한 번에 성공해 낸다. --v

내게 선택권이 없었던 그 첫 번째 여인에 나는 그리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을 위해 나는 기회를 모두 포기한다.
내 춤추는 모습부터 지켜봤다던 서른 살 섹시한 여인부터
마음에 들었던 스물 두 살 여인까지 모두. !_!
선웅, 민석, 진호, 정준이 차례로 도전한다.

대개 나이트에서 눈이 맞으면 일행과 떨어져 독자적인 이후 행동을 하는 게 일반적 관례이겠지만
나는 애초에 건전하게 살고 있는 데다가
또 친구들과 있을 자리엔 친구들과 있어야 한다는 다소 우스운 의리심을 갖고 있는 지라
독자 행동을 포기한다.

다음은 노래방이다.
노래를 못 해서 노래방은 내게 거의 잊혀진 장소이긴 했지만
이 친구들이야 예전부터 술 마시고 함께 소리를 꽥꽥 질러대던 사람들이기에 별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들 소화하지 못하는 최신곡에 마음껏 도전한 후 시대의 격차를 실감한 후에야
최신곡이 아닌 이른바 애창곡으로 선택을 바꾼다.
어느새 7년이나 흘러있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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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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