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생일을 보내고... (200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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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998 Vote: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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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 용민의 생일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저 전화 한 통 한 채 넘겼다.
한 때는 가족과 다름 없었던 그들의 생일을 말이다.

이미 늦어져 버린 기획안.
솔직히 전화가 왔을 때
만나자고 할까봐 두려웠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내야 할 것을 안고 있는 나는
친구가 만나자고 할까봐 두려워 했던 것이다.

의리 있는 나는,
당연히 내가 좆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만나자는 청을 거절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내내
걱정했을 것만은 분명하다.

다행이었다.
이달 내에는 시간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그들도 바쁘고,
나도 바쁘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삶의 비애가 느껴져 온다.

가장 친한 친구들의 생일을,
만나자고 할까봐 겁내고 있고

태어난 지 반 년이 지나도록
조카 녀석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삶이란,
결국
이렇게 살아가는 것인지
회의가 들었다.

- achor


본문 내용은 5,81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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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1/02/2025 17: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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