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진보에 가까운 중도 (2010-08-02)

작성자  
   achor ( Hit: 3218 Vote: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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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사회

마음만은 진보에 가까운 중도

1.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참여연대의 이번 캠페인은 실패였다고 본다.
득보단 실이 많았다.
인터넷 여론을 살펴보면 오히려 최저생계비를 받지 않고 적은 임금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반감을 키운 느낌이다.



2.
지난 주 정도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다.
SBS의 긴급출동 SOS나 MBC의 PD수첩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최저생계비를 다뤄줬고,
때마침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까지도 6,300원짜리 황제의 삶 블로그로 대중적 관심을 극대화 시켜줬다.

그러나 오늘, 참여연대의 결과 발표에서는
커피숍, 영화, 린스 등 생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들과
할머니의 파마, 직장에서의 남이성 캠프, 대학 기말고사를 위한 원주까지의 교통비 등이 원인이 되자
최저생계비가 생존이 아닌 생계를 위한 비용이라는 의미와 상관 없이
사람들의 반응은 완전히 뒤바꿔 버렸다.

의료비나 임대주택, 공과금, 교육비 등 이런저런 혜택 속에 4인 가족 기준 월 136만원의 최저생계비는
월 250만원, 연봉 4천 정도와 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왔고,
자신은 원래 비싸서 커피숍 안 간다거나 근 몇 년 간 영화 한 편 안 봤다는 개인적 경험도 얽혀
내 세금으로 린스 사지 말고 걍 비누로 감아라,로 결론내려져 갔다.

참여연대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겠지만
오해를 살 만큼 잘 정리하지 못한 어리석은 결과발표로
가장 큰 힘이 되어야 할 도시 중서민들로부터 오히려 등 돌리게 하는 악수를 둔 것이다.



3.
월 136만원.
늙어서 넝마주이밖에 할 수 없는 할머니와 고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손녀들, 그리고 아주 어린 손자가 연상된다.
월세도 내야 하고, 끼니도 때워야 하며, 참고서도 사야하니 넉넉할 수 없다.
고등학교 다니는 큰 아이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책임감을 조금 갖고 있지만
중학교 다니는 작은 아이는 친구들 앞에서 가난을 창피해 하며 삐뚤어져 가고 있다.
아직도 코 흘리는 막내 아이는 영어유치원은 고사하고, 한글조차 아직 떼지 못했다.

어떻게든 먹고 살 수는 있다.
문화생활을 꿈꾸지도 않는다.
문제는,
가난이 되물림 될 것이란 사실이다.
생존은 하겠지만 무엇보다 미래가 없다는 것이 암담하다.

그러나 차명진 의원의 이야기에도 일리는 있다.
국가재정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최저생계비만 올리는 것이 해답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생존이 아닌 생계를 위한 문화생활비를 올리는 것 대신
오히려 법적인 부양자가 있는 탓에 최저생계비조차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사람들에게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더 시급할 지도 모른다.

해답은 복지예산을 늘려 최저생계비도 올리고, 범위도 확대하는 것일텐데
예산에 대한 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쉽게 그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겠다.
그렇다고 내 월급은 그냥 두고, 나보다 더 부자인 사람들한테서 세금을 더 거두라고 이야기 하기엔 너무 이기적인 듯 하고,
가뜩이나 월급 받으면 각종 세금에 아쉬움을 느끼는 내가 더 세금을 내자니 내 삶도 팍팍하고...

뭐든 쉽지는 않다.


다만 분명한 건 나는 극좌파 혹은 좌파는 아니겠다.
그냥 마음만은 진보에 가까운 중도,정도까지는 봐줘라.

- achor


본문 내용은 5,23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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