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ː극(演劇)[명사][하다형 자동사]
1.배우가 무대 위에서 대본에 따라 동작과 대사를 통하여 표현하는 예술. 연희(演戱).
2.남을 속이기 위하여 꾸며 낸 말이나 행동.
¶ 사표 제출은 연극이었다. (준말)극(劇).
촌ː극(寸劇)[명사]
1.아주 짧은 극. 토막극.
2.‘잠시 동안의 우스꽝스러운 일이나 사건’을 이르는 말.
¶ 촌극이 벌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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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나라당에서 전라도 어느 농촌 마을에서 벌였다는 '연극'. 솔직히 나도 연극을 했지만, 어이가 없다. 고작 닷새동안 대사도 대충 외워서 한 걸 (이건 라디오에서 한나라당 모 의원이 하신 말씀이시다) 감히 연극이라고 말하다니. 세계 연극계에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어이없어 할는지. 아마 한국 연극계에 "넌센스 코미디 연극상"을 만들어준다면 그랑프리 감이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으나, 본좌는 졸업작품으로 영어연극을 했다. 교수님은 연극판에서는 나름 알아주시는 무대구성의 대가이자 과 영어연극반 선배님들이셨고,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 역시 각 분야에 있어서 다들 한 끝발 하는 사람들 뿐이었다.
팀을 짜고, 작품을 고르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위노나 라이더가 나온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 "크루서블(The Crucible)"을 고른 뒤 팀원들과 역할을 나누고, 내 식대로 댄포쓰 판사 역을 소화하기 위해 스크립트를 찾아 작품을 재구성하고, 대본을 훑고 대사를 외우고, 동작을 연습하고 팀 호흡을 맞춘 시간은 총 두 달. 밤샘연습에 졸라게 노력한답시고 했다. 그럼에도 연극판에서 한 가닥 하셨던 친구들은 우리 팀의 최종연습을 보고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촌극 수준도 못 된다."
전공자가 이럴진대, 국회의원 나부랭이들이 닷새간 대사나 겨우 맞춰서 한 조잡한 촌극 따위를 감히 "연극"이라고 말하는 것이 본좌로써는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며 황당할 따름이다.
게다가,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그놈의 '촌극 나부랑탱이'에 감히 "풍자극"이라는 이름을 붙이셨다는 것. 보통 풍자극이라 하면 극작가들도 웬만해서는 하기 힘든 것들이다. 풍자라는 게 말이 쉽지 실제 극에서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내공이 필요하니까.
지금 연극인들이 풍자극을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무슨 자기들 깐에는 말 험하게 하는 누구 빗댄답시고 욕설에 비속어에 말투 잔뜩 따라하고 '이름만 직접 거명하지 않으면' 풍자랍시고 생각한 모양인데, 필경 이것은 정상모리배들의 연극에 대한 모욕이며 예술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하긴 그 작자들이야 1년에 연극 한 편도 안 볼 것이야 불을 보듯 뻔하니, 머 알기나 하겠나.
TV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읽는 당신들이 이 양반을 대통령 취급하든 말든 나는 어쨌든 법이 그러하니 직함은 단다. 아직 임기 남았으니까. 참고로 이것은 그 양반에 대한 내 호오(好惡)와는 무관함)에 대해 인격모독을 했느니 안했느니 욕을 했느니 말았니 성적 비하를 했느니 마니 그런 모양인데, 내가 알 바는 아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니까.
더 큰 문제는 쥐뿔도 모르는 색희들이 "연극"이니 "풍자극"이니 하는 비유를 붙인 모양새다. 지금도 극단에서 죽어라 수련을 쌓고 있는 수많은 예비 연극인에게, 그리고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무대를 지키는 수많은 선, 후배 연극인들에게, 이건 어이없음을 넘어 죽음보다도 더 심한 모욕을 주고도 남을 일이다.
그 옛날, 우리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빨갱이들"은 프로파간다라고 부르는 선전선동술을 적극 활용하였는데, 그 중 상당부분은 바로 "풍자극"이라 부르는 형태의 촌극이었다. 여기서 그들은 자본가, 혹은 지주계급을 농민, 노동자의 적으로 규정하고 사회주의자, 혹은 공산주의자들의 혁명을 통해서 이들의 불합리를 뒤집고 밝은 미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극을 보여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남자들을 군인으로 뽑아가고, 재산가를 잡아다 그들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고는 인민재판의 이름으로 처단했다. 불과 50여년 전의 일이다.
불과 반 세기 만에 이 나라 보수층을 대변한다는 한나라당에서는 아직까지도 국가적 주적으로 간주하는 "북괴"의 예를 따라 "적들의 선전선동술"을 활용하여 현 정권을 비판하고 체제붕괴의 필요성을 역설한 셈이 되었다. 이 나라를 세우고 지켜왔다는 자들이, 이 나라의 주적이라는 '빨갱이들'의 선전선동술로 내란을 선동하는 것은 아닌가?
한나라당에 묻는다. 왜 한나라당은 "법대로" 하지 않는가? 당신들이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헌법"의 기치 아래, 당신네들이 그렇게 자신있게 말하는 "국가보안법" 아래, 당신들은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을 터인데, 어찌 "빨갱이들"과 같은 방법으로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고자 하는가? 그것이 이적행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미 한 번 탄핵논쟁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내란 직전까지 치닫게 했음에도 국민들이 경제가 어려우니 한 번 더 용서하고 기회를 줬던 것을 정녕 잊었단 말인가?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한다. 백성들은 배가 고프다. 일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서 목을 메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단군이래 최대의 가난을 떨쳤다던 과거의 자존심, 한강의 기적, 분단의 상처를 딛고 일어난 대한민국의 자존심도 갈기갈기 찢겼고, IMF의 끔찍했던 기억을 금반지 팔고 월급 반납하고 회사에서 옷 벗어가며 극복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더 한 시련에 모두들 치를 떨고 있단 말이다.
"빨갱이"가 싫으면 "빨갱이"가 하는 짓거리는 하지도 마라. 수단이 정당해야 결과의 정당성도 인정받을 수 있는 거다. 온 국민이 모두 인정할 수 있는 "법대로" 해라. 당신들, 의원 나부랑탱이들 쳐 먹고 살 돈 몇 푼 있다고 국민들을 우습게 보지 마라. 민심은 천심이요, 백성이 돌아서면 나랏님도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고, 제발 경제부터 챙기는 게 좋을 것이다. 안 그랬다간 얼마 안 있어 그나마 나같이 마지막으로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이들조차도 다 척을 지고 돌아선 채 "빨갱이당"의 오명을 쓰고 당이 해체되는 운명을 맞을 수도 있을테니.
도대체 머가 문제인지, 좀 길긴 하지만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라. (재생단추를 따로 눌러야 재생된다)
아.. 비슷한 시간에 글을 쓰셨구랴.
정치한답시고 굶어죽는 백성들 거들떠도 보지 않고 희기덕거리기나 하는 모습부터가 미워 죽겠구랴. 연극이라는 말도 하기 싫소. 저 [저질의 희기덕거림]이 백성들 가슴에 어떤 상처를 곪아낼지 과연 그들은 알까.
말해주오.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 것이오. 나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구랴.
2004-09-02 08:47:56
Keqi
0선생이랑 저랑 참으로 잘 통하는가 보지요. 허허허.
극좌나 극우나 극에 치달은 것들은 항상 같은 속성을 갖고 있으니, 한때 광산노동자들의 코묻은 돈을 모아 만든 옛날 민중당의 이재오, 김문수 의원이 지금 한나라당에서 하는 작태를 보면 잘 알지요.
저는 "빨갱이"라는 말을 잘 쓰는데, 결국 지금의 한나라당은 극우에서 극좌와 같은 짓거리를 할 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하겠소이까. 50년 전의 악몽, 20여년 전의 악몽을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말이죠.
국민들이 바보같아도 한나라당에 100여 석의 의원자리를 준 의미를 그들이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그래도 여러 가지 가능성에 작은 희망을 가져보지만, 그래도 안 된다면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빨갱이들"은 헌법에 따라 당을 해체시키고 정치활동을 정지시켜야겠지요. 결국은 언제나 비슷한 대답입니다만, 저와 같은 직딩들은 더욱 치열하게 살지 않을 수 없는 겝니다. 그래서...
2004-09-02 09:04:56
Keqi
이 참에,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도 반성을 해야 할 겁니다. 국민들은 단순한 정상모리배들의 립 써비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월급쟁이들이 왜 가만히 있는지를. 결국은 그들도 같은 짓거리를 한다면, 역시 마찬가지로 역사 속에서 사라져야 할테니까요.
가장 반성하지 않는 정치집단 가운데 민주당이 있습죠. 왜 그들이 고작 아홉 석밖에 얻지 못했던가를 반성하기보다는 지역감정이나 부추기고, 열린우리당의 미친쌩쑈를 열심히 씹어대는 데만 급급한 것을 보면 아직 그들이 정신을 못 차린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케사르의 것은 케사르에게로"인 것처럼, 국민들의 삶에 방해를 놓는 자들에 대해 "빨갱이 다루듯이" 헌법과 국가보안법으로 응징하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