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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부산 여행기, 희희희(4336. 10.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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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Keqi
| ( Hit: 580 Vote: 1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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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상 부산을 그리워했다.
"온천장 동래식물원 가입시더"
식물원에서 금정산성 방향으로 10미터 정도 올라가다보면 노란 대문집이 있었다.
대지 400평에 건평 250평짜리 그 집은 내 이모가 살던, 사실상의 외가집이었다.
서울에도 햄버거 가게가 많지 않던 초등학교 시절,
이모는 늘 롯데리아에서 새우버거를 사 주곤 했다.
"이게 젤 먹을만하다 아이가"
이모를 만나려거든 국제시장엘 가면 됐다.
도사견이 웅웅거리고, 금붕어 노니는 연못 외가집 구경보다는,
국제시장 사람들의 그 시끄러운 소리 듣고 있는 게 더 재밌었다.
이모는 국제시장의 큰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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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 사람들은 모두 암으로 절명하였다.
맏이인 이모는 위암에 대장암 합병증
셋째인 큰 외삼촌은 췌장암
막내인 작은 외삼촌은 위암
내 어머니도 담석증을 앓고 있으니,
결국 외가 4남매는 물론 나 역시도 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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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부산에 가고 싶지 않았다.
이모의 죽음 앞에서 벌어졌던 5,000만원의 실랑이.
큰 외삼촌의 죽음 앞에서 벌어졌던 명도이전 문제.
작은 외삼촌의 급작스런 죽음과 그로 인한 사촌들의 혼란.
전쟁통에 잘 살아보겠다고 내려간 부산에서,
돈이야 죽기로 벌었다지만, 결국은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한 채 삶을 마감한 이모나,
그저 남들한테 민폐 끼치지 않으며 살았지만,
정작 식구들 사이에서 배반당한 채 속앓이하다 병이 되어 생을 접은 외삼촌들이나,
어릴 때의 부산이 내게 노스탤지어라면,
사춘기의 부산에서 난 외가의 종말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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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부터 드나들었고,
다섯 살 남짓한 나이에 홀로 비행기를 타고 서울~부산을 왕복할만큼 익숙한 곳이었음에도
('특별보호대상' 딱지를 가슴에 붙인 채 스튜어디스랑 놀다 공항에서 보호자에게 인계받는 식이었음)
정작 부산에서 바다를 구경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난 바다를 평생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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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두 뒷편 어느 이름없는 밀면가게.
난 몹시도 그 밀면을 좋아했었다.
"천천히 므~라. 체한다 안카나"
세월이 흘러 이모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을 했다
"꼭 나아가, 8부두 밀면 한 그릇 사줘야 안하겠는교?"
그리고 이모와의 만남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언제부턴가,
서울에서 난 툭하면 밀면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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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객기에 대해 솔직하게 생각해볼 때면 늘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기적이고 눈치 없고 신뢰가 가지 않으며 웃기지도 않은 원칙을 만들어 스스로를 옭아맨다.
도통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녀석인 것이다." (written by Sata G.ooni)
맞는 말이다.
태생이 지극히 게으르고 이기적이며 눈치없는 객은,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된 믿음을 심어주지도 못할 뿐더러
자기합리화를 한답시고 늘 되도않는 원칙만을 만들 뿐이다.
늘 일에 치이면서도 인정받기는커녕,
삶을 즐길 여유조차 없어 헉헉대는 게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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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없었다.
시간도 없었다.
기력도 없었다.
하지만 친구의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부산에 갈 수 없을 것만 같았으므로.
결국은 갈 수 없었다.
객의 코는 점점 늘어나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다.
친구 엄마에게는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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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군의 후기를 읽고도 한동안 글을 적지 못한다.
"왜 직딩으로 최선을 다 하는 것에 그리 못마땅한가?"
늘 하고 싶은 말이지만 여지껏 그에게 말머리조차 꺼내본 바 없다.
그렇게도 evie를 그리워하면서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할만큼 소심한 객은.
임원이냐, 고액연봉자냐.
결국은 끝을 알 수 없는 이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객은 지금부터 또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 누구와 비교해도 나은 것 하나 없는 약점덩어리는
오늘도 스트레스 담뿍 받은 채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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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나 주스 언늬는 꼭 보고 싶었다.
단순히 선유도 일 때문이 아니라도,
엄마가 evie랑 생일이 같아서가 아니라도,
사타군의 사람들이라면 늘 내게는 추종의 대상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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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객은 서울에서 밀면집을 찾는다.
2열람실 394번 자리만큼이나,
돌아올 수 없는 길이란 걸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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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agooni (2003-10-12 06:19:39)
제길
ㅠ_ㅠ
흥! 우울하게 만들 셈인가! 끼끼끼
naked (2003-10-12 13:32:17)
난 알아요 2-394가 뭔지를..
제길...
식물원 가본지도 꽤나 오래되었어여
전 고깃덩어리주제에 약점덩어리까지
아주 질긴 고기져
아무리 씹어도 질긴 고기
이러면서 독해지나봐여
무서워여
변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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