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qi] 황당한 모교사랑 벤치마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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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객기 ( Hit: 406 Vote: 39 )

사실 내가 모교사랑 사이트를 벤치마킹하기까지는 좀 엄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굳이 말하면 전혀 엉뚱한 사건 하나가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모교사랑이 생긴 초창기부터 이 사이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을 다시 만났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돌았고, 얼마 전부터는 덕분에 결혼했다는 동창커플도 수두룩했다. 그 말은 사실, 뒤집어보면 그 덕분에 깨진 커플 또한 수두룩하다는 말이다.
내가 아는 어느 남자분 역시 모교사랑 덕분에 사귀던 사람과 깨진 경우다. 물론 결혼 직전까지 성사된 상황이었기에 더욱 파장이 컸지만. 사귀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 연락이 뜸해지고 바빠지더니 급기야 연락처가 바뀌고, 전화가 바뀌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단다. 그리고는 마지막 전화를 통해 그랬단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노라고, 초딩 동창. 그리고는 끝.
덕분에 난 폐인이 된 그 아저씨를 구하기 위해 엄하게 그 여자를 찾아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고, 솔직히 그 덕분에 모교사랑에 들어갔지만, 아시다시피 동문 이외에는 연락처가 공개되지 않는 덕분에 난 그들이 원하는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물론, 까놓고 말해서, 내가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란 걸 여러분은 잘 알 수 있으리라...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동문들에 대한 연락처 파악은 된다고 하니, 일단 내 동문들 좀 확인해볼까 하고 시작한 일이 그들의 이메일 주소 파악. 사실 다른 연락처도 알 수 있다고는 하나, 말이 쉽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게 다반사다. (이유는 여러분이 생각해보시길...) 그래서 차선책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이메일 연락처. 어차피 메일이란 게 아주 급한 연락부터 그냥 지나가는 안부 인사까지 다 되지 않던가.
뒤져 봤는데, 결과가 꽤 쏠쏠한 것이 나의 흥미를 끌었고, 급기야 시간이 없었던 나는 일단 되는 대로 동문을 다 확인한 다음, 이 사람이 맞다면 바로 내 친구로 등록을 시켜버리는 모험을 감행했던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일단 여기까지.

나중에 주소록 정리를 위해 다시 접속한 먀
다섯번째 페이지부터는 아예 한두 사람의 이름만 나온다. 계속, 몇 장에 걸쳐. 참 대단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름이 몇십 명씩 우루루 나온다. 이것도 한두 페이지를 차지한다. (솔직히 이걸 글로 쓰고 있는 내 스스로가 너무 가슴이 아프다. 웬만하면 내 아이디로 들어와서 보라고 하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 나중에 따로 파일 공수해야지, 뭐. 이미 갈무리는 해 놓은 상태임. 참고로.) 그렇게 끝난다.
물론 등록 순 소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가나다 소트이기는 하다. 그러나 모교사랑의 경우 100명 가까운 친구 인원을 감당하는 데 상당한 애로가 있었다. 가나다 소트가 제대로 되지 않고 페이지가 중복되거나 갑자기 전체 인원이 나온다던가 하는 문제는 업체 측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기능의 문제일수도 있고, 워낙 많은 접속으로 느려진 서버의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검색식의 문제. 사실 아시다시피 동문 중심으로 찾기 기능을 만들어놓은 모교사랑은 다른 사이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르다고 여러 언론매체에서 떠들어댄 바 있고, (솔직히 다른 사이트를 쓴 적이 없으므로 객관성 문제를 위해 여기에 대해선 내가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나도 믿고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밌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이건 내가 다닌 학교의 경우였는지는 모르지만, 입학년도가 맞지 않았다. 난 1993년에 입학한 2회 입학/졸업생인데, 모교사랑 고딩동의 동문찾기 기능에는 1993년부터 연도가 나와 있었다. 이상함을 느끼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졸업년도인 1996년으로 맞춰 찾을 수 있었는데, 대학동에서는 분명 입학년도(이른바 학번)를 통해 사람들을 검색할 수 있었다.
검색식의 기준이 차이가 있다면, 이건 사람들을 혼란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미리 공지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나같이 사람을 많이 찾아야 하는 경우라면 정말 어떨까? 만일 나처럼 졸업년도라는 걸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경우라면 또 어떨까?

마지막의 문제는 중복 검색이다. 다시 말해, 동명이인의 문제가 걸린다. 내가 검색하는 경우에도 심지어 6명까지의 동명이인이 나와 나를 애먹게 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 경우엔 대책이 안 선다. 아무리 모교사랑이라고는 하지만, 매일 접속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설령 확인을 위해 메일을 보낸다손 치더라도 확인이 과연 될런지도 의문이고. 무엇보다 다른 연락처를 사람들이 잘 안 남기기 때문에 동명이인 검색은 사실상 힘들다.
물론 회사 측으로서도 그 경우엔 대책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전공 내지는 학과 정도만이라도 표시하면 어떨런지. 사실 그런 걸 가지고 귀찮게 이메일을 주고 받는 것 역시 유쾌하지는 못하다. 개인정보 누출의 염려를 감안하더라도 동문을 찾는 일이라면 그 정도까지는 가능할 수 있지 않을런지.

본의 아니게 시작한 일로 인해 모교사랑 사이트의 전반적인 사람찾기 기능을 다 익히고 돌아가게 되었다. 사실 외국의 것을 따라 시작한 것이지만, 우리 나라의 독특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모교사랑은 이제 국내 최고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급부상했다. 물론 아직까지 수익모델이 없다는 게 큰 문제긴 하지만, 나름대로 이들의 노고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그리고 내 경우만 해도 잃어버렸던 수많은 사람들의 연락처를 찾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사이트에 대해 갖고 있는 고마운 마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이 글이 모교사랑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걸 만드는 사람들에게 검색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정말 좋겠다. 보고 싶은 사람의 연락처를 찾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도 흔치는 않으니 말이다.

4333. 7. 20

후기) 여러분에게 참고가 될까 해서 한 마디 더 적자면...

상대편 이성이 어느날부턴가 바쁘다거나 집에 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고 장기간(보통은 보름 이상이라고 하더군요) 만나기 힘들게 된다면, 한번쯤 다른 문제는 없었나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보통 그 경우 절반 이상은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 거고, 결국 회복되기 어려운 단계로 치달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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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4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