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요즘 워스미스를 키우고 있어.
이제 55렙도 찍어서 현존하는 모든 장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
언뜻 보면 다리 짧고, 배만 나와 못 생겨 보이는 그 할배가
내겐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단다. ^^
그래서 어비스워커를 잘 접속하지 못하고 있는데
틈틈히 접해서 혈원분들께 인사라도 하고 나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아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네.
할배는 내가 자리를 비우고 있는 낮시간에도 거의 상시 접속은 되어 있으니
혈에 무슨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achorDwarf 캐릭으로 귓말하면 될 거야.
2.
한 달 남짓 됐나, 위자드를 급속하게 키우면서
말로만 듣던 다던 창사냥을 본격적으로 해본 적이 있어.
고렙 프로핏과 엘더를 동원하여 정말 단시간 내에 1차 전직까지 키워냈었거든.
그 이후 나는 창사냥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던 거야.
그래서 과거 C탄까지만 생산할 수 있도록 키워놓은 할배를 다시 키울 생각을 하면서
창사냥을 생각하고 있었어.
기란말 서쪽의 타노르 실레노스 야영지나 오랜말 남쪽의 하늘그림 초원 등과 같은
워로드형 사냥터에서 과거 위자드를 키울 때처럼 프로핏과 실리엔엘더를 동원하여 키워보기도 했지만
렙이 높은 만큼 꽤나 힘든 일이더라고.
그러다 우연찮게 알게 된 것이 수던 막층에 창파가 있다는 정보였어.
자유게시판이나 플포 등을 검색해 보고
상시는 아니지만 가끔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반신반의 하며
그렇게 수던을 처음 찾아가게 됐는데,
(알다시피 내가 어비스워커를 키울 땐 수던 자체가 없었어 --;)
수던 막층은 완전히 창파의 소굴이더라. ^^
참으로 바라고 바라던 곳이었던 거야.
그곳에는 파티 안 되고, 소위 암울한 캐릭으로 정평이 나 있는
워스미스나 오버로드, 디스트로이어 등 접하기 어려운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각자 커다란 창 하나씩 들고 정말 즐겁게 사냥을 하고 있었어.
나는 그 속의 한 일원이 되어 내 할배를 52렙까지 즐겁게 키울 수 있었지.
3.
그렇게 수던을 졸업하고 나니 거대한 벽에 부딪치게 되더라.
가진 돈을 털고 털어
내 귀여운 할배에게 3늑대중갑셋에 랜시아를 마련해 줬지만
사냥을 할 수 없었던 거야.
악섬 창파는 이미 알까기 사냥법이 등장하면서부터 없어졌다고 하고,
거동 창파나 용던 창파는 상시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야.
그 무렵 오만 구속방 창파를 상시 돌리겠다는 삼국혈의 공식 발표도 있긴 했지만
렙도 렙이거니와 그리 오래 사냥할 것도 아닌데 돌 사서 올라가 기약 없는 대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나는 결국 다시 할배에게 사자 앵거를 사줄 수밖에 없었단다.
4.
악섬 갈 격수 모셔요, 거동 갈 격수 모셔요,
이런 외치기에 귓말로 워스미스인데 되냐고 물어보면
100% ㅈㅅ이란 답변이 돌아오더라.
어비스워커를 키우던 시절엔 전혀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어.
나름대로는 내 피을 줄여 공격력을 올리기 위해
헬스 옵션이 아닌 앵거 옵션을, 둠중갑이 아닌 늑대중갑을 마련하여 신경을 썼음에도
워스미스 라는 직업 자체는 사람들이 함께 파티하기 싫어하더라.
그렇지만 이해할 수 있었어.
ㅈㅅ이란 말을 들으면서도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분노가 생기지는 않았어.
나 역시도 어비스워커를 키울 때 마찬가지였으니 말이야.
사냥시간이 무한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시간을 들인다면 가능한 한 효율 좋게 사냥하고 싶었으니
워스미스 보다는 다른 더 공격력 강한 직업을 선호하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이런 말하면 좀 재수 없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어떤 막연한 암울함을 느껴 보고 싶었었어.
물론 이게 마조히즘적인 심리상태는 분명 아니고, --;
그냥 재즈가 파티 구하지 못해 몇 시간씩 대기 중이라고 이야기 들을 때면
좀 안타깝고 그랬는데 그런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던 거야.
물론 요즘은 단검 또한 엄청 파티 안 된다고 하지만
나는 부캐를 했으면 부캐를 했지, 이상하게도 몇 시간씩 대기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아. 언젠가 한 번은 새벽에 거동 대기실에서 귀환을 하려는데
마침 귀환주문서가 없어서 한 장 구걸하고 있던 중이었거든.
그랬더니 같이 사냥을 하자고 하더라.
바운티헌터가 아니고 워스미스라고 했더니 그래도 괜찮대.
새벽이라 사람이 워낙 없는 상황이었나 봐.
지금까지 유일한 일이었어.
그렇게 일반 1.4 파티에 참여한 적은.
정말이지 그 날 나는 그간 만렙 어비스를 키워오며 익혀온 온갖 노하우와 컨트롤을 다 동원하여
그 느리고 둔한 할배로 몹 등뒤만을 노렸고, 적절하게 스킬도 사용했으며,
몹에게 돌진할 줄만 알던 그 어리숙한 탱커의 작은 시야도 감싸 주고 그랬었어.
이른바 최.선.을.다.해. 사냥했다는 것이지.
그 이후 플포에서 읽은 어느 워스미스의 글에서
1.4 파티에서 탱 뒤에 제일 먼저 따라 다니는 직업이 워스미스나 타이런트, 디스트로이어 등이라는 이야기를 본 후
조금 서러움이 느껴지더라. ^^;
파티에서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조금이라도, 한 방이라도 먼저 때리려고 바로바로 따라간다는,
그래야만 나중에 혹시라도 파티에 낄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는...
그러나 나는 그 이후 1.4 파티를 다시 해본 적은 없어.
5.
나는 아덴이나 기란에서 지나치는 창을 든 캐릭을 보면
창 사냥을 하냐고 물어본 후 다짜고짜 친구초대를 하기 시작했어.
그런 이들은 대개 워스미스들이었고, 오버로드나 디스트로이어, 워로드도 있었어.
언제 시간이 맞는다면 같이 창사냥을 가자고 이야기 하면
다들 너무 좋아하더라.
이미 몇 차례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나는 어비스워커를 키우면서 비교적 파티를 그리 많이 한 편은 아니야.
사람들과 폭넓게 알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야.
그러니 내 어비스워커의 친구목록은 정말 단촐할 수밖에 없었지.
게임을 하면서 혈원이 아닌 사람들과 귓말을 하는 일도 거의 없고.
그러나 할배는 사정이 달라.
이제는 어비스워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친구목록으로 넘쳐나니까 말이야.
나는 그렇게 창든 사람들과 무조건 친구가 되었고,
밤이면 거동 창파를 만들기 시작했어.
창격수나 버퍼들, 힐러들을 구하지 못해 소파로 사냥 반, 엠탐 반 하며 사냥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거동 창파가 어느 정도 돌아가는 단계가 됐단다. ^^
이미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그렇게 친구초대 해가며 창격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있던 사람들도 만났고,
또 창파의 매력에 빠진 힐러들이나 버퍼들도 만나서
이제는 내가 창파를 짜려 하지 않아도
접속하면 어서 창파티 오라고 귓말도 오고 그래. ^^
6.
몇 시간 안 하는 사냥 속에서도 하루에 기본으로 3-4번 눕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창파의 매력이 지금은 아주 좋아.
그 엄청나게 쌓인 몹들을 죽을 똥 살 똥 하며 정리해 나가는 묘미는
정말이지 엄청난 카타르시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