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젠가 희얌님께서는
정기점검이 있는 매주 수요일에만 혈 홈피를 찾는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오늘, 수요일을 맞이하여 찾아오실 희얌님께서
썰렁하지 그지 없는 혈 홈피를 보신 후
앞으로는 일주일에 그 한 번마저도 안 오실 게 두려워 몇 자 적어보이. ㅠ.ㅠ
2.
얼마 전 신문을 통해 오는 12월 27일이면 와우 또한 상용화가 된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는데
다들 알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미국 블리자드사의 방침일 뿐,
정확한 날짜는 각국의 결제시스템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도 하니
국내의 와우 역시 27일에 상용화될 지는 모르겠네.
어쨌든.
처음에는 공짜니까 한 번 해보려 갔던 이들이
이제는 와우의 매력에 깊이 빠져버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듯도 싶어.
애초에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니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아.
RPG라는 게 지속성 속에서 느끼는 재미가 큰 편이니 어쩔 수 없겠다 싶은 마음이야.
이에 따라 우리 혈도 어느 정도 정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뭐 그러네.
3.
방법은 두 가지라고 보고 있어.
우선 첫 번째 방법은
칼사사,라는 이름 하에서 리니지2, 그리고 와우를 모두 흡수하는 방식이야.
이 경우라면 같은 홈피 속에서 각각의 게시판을 마련하여
비록 게임은 다르지만
같이 오프모임을 갖고, 같이 대화 나누는 방식이 될 거야.
다른 하나는
단절이야.
같은 종류의 게임을 하고는 있지만 그 내용이나 화제가 상이할 것이 분명하니
이제 각자의 길을 찾아 이별하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선택해야만 할 중요한 우리의 기로라고 봐.
이것은 이번 오프모임 때 같이 이야기를 해보자.
4.
와우는 참 잘 만든 게임임은 분명한 것 같아.
또한 리니지1 보다는 디아블로2를 훨씬 더 좋아했던 내게 있어서는
리니지2 보다 와우가 더 잘 맞는 것도 같고.
나는 단순한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사실 리니지2는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어. --;
와우를 많이 해보지는 않아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나는 리니지2와 와우가 비교될 때
1년 전의 리니지2를 종종 생각한단다.
풀파를 굳이 해야할 필요도 없었고,
마음껏 솔로잉이나 1:1, 혹은 2:1 등의 다양한 소파티로도 얼마든지 사냥이 가능했던 그 시절에는
분명 리니지2 역시 재미가 있었어.
PvP에서 특정 직업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도 않았고,
또 파티에서 특정 직업만을 찾아 그 직업이 아니면 육성이 어려운 시절도 아니었잖아.
그래서 가끔은 와우의 1년 후 모습이 궁금해 져.
모두가 레벨이 높아지고, 게임을 하는 방식에 익숙해 졌을 때
와우저들이 선택할 방식 또한 지금의 리니지2와 크게 다르지 않지는 않을까 싶은 거야.
어차피 플레이어는 비슷비슷한 사람일 것인데
지금의 리니지2에서 단검만 찾듯이
1년 후 와우 또한 PvP에서 특정 직업이 절대 강자가 될 수도 있겠고,
파티에서도 개중 사냥 효율이 가장 좋은 특정 한 직업만을 찾게 될 지도 모르겠어.
물론 앞으로도 잘 해나갈 블리자드의 역량을 믿어 의심찮긴 한다만.
5.
단순하게 생각하면 정답은 확실해.
그저 순간의 재미를 찾아 다니면 된다는 것이야.
Carpe Diem.
이런 상황에서 쓰기엔 좀 어울리지 않기도 한 것 같지만
어쨌든 어차피 여가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하는 게임이라면
현재 내게 가장 큰 만족을 주는 게임을 찾아 떠돌아 다니면 그만인 것이야.
그런데 앞서 말했듯 스스로에게 와우가 더 맞는다고 생각하는 나는
왜 아직 리니지2를 떠나지 않고 있냐고?
그것은 이미 1년 반 전에 내가 리니지2를 선택했기 때문이야.
당시 나는 리니지2를 선택함에 있어서 어떤 거대한 힘과 결연한 의지가 있던 상태였거든.
얼마 전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나는 혼자서 조용히 게임하는 걸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일반 1인용 컴퓨터 게임을 하면 충분할 것인데 굳이 이렇게 MMORPG를 하고 있는 까닭은
다름 아닌 영원함을 추구하기 때문이야.
내 실수로 컴퓨터를 포맷해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면 내가 지금껏 해온 그 게임의 역사는
그대로 사라질 수밖에 없을 거야.
나는 누군가 아주 안정적인 방법으로 내 게임의 데이터를 유지해 주어서
내가 오랜 시간을 거쳐 공들여온 내 분신과도 같은 게임 속 캐릭터가 영원할 수 있길 소망해.
나는 대충 조금 키워보고 안 좋다 싶으면 지워버리는 그런 값싼 내 캐릭터가 아니라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어도 내가 그간 해온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내 분신을 원하는 거야.
나는 내 achorDark를 보며 지난 1년 남짓의 시간을 종종 느껴보곤 한단다.
리니지2는 그런 내게 있어서 좋은 선택이었어.
쉽게 망할 것 같지 않은 NC도 그렇거니와
리니지2란 게임 자체도 많은 불만 속에서도 그래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으니까.
이제 와서 와우를 선택하기엔 내 지난 1년 반이란 시간이 너무 허망하단다.
6.
같이 시작을 했지만 이제는 다시 보지 못할 혈원들이 아쉬운 마음은 금할 길 없어.
그러나 영원한 건 없는 법이니
예정되었던 결과야.
언젠간 해야할 이별이었다면 조금 먼저 한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을 거야.
와우 속에서 살아가는 와우저들 또한
나름의 재미로 즐거운 시간 보내길 바라고,
이번 토요일에 보자고.
ps.
괜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끝으로 한 마디 덧붙이자면
리니지2가 와우 보다 재미 없는 게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단다. ^^;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는 장비면에서, 또 현란한 컨트롤이 필요한 전투방식면에서 와우는 분명 내게 더 맞는 게임이지만
그래도 나는 와우보다 리니지2에 더 큰 재미를 느끼기에 결국은 리니지2를 하는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