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야...
몇 해 전 한 여자아이가
완벽한 운명론자인 내게 해준 말이다.
나는 사실 이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으면서도
왠지 멋있게 보여 10월 2일,이라는 Fiction에서 써먹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Fiction이 충격적이라며, 정말이냐고 묻는 한 사람의 전화를 받고
나는 오랜만에 Fiction을 읽게 되었다.
그저 그런 옛 상상들을 말이다.
그런데, 별 감흥없이 훝어 내려가던 중에
나는 그 구절에서 평소와는 달리 눈이 번쩍 뜨였다.
운명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야...
오랜동안 풀 지 못했던 수수께끼를 단번에 풀어낸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나는 그 구절의 의미를 깨달았던 게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뭐가 그토록 의미를 어렵게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시절에는 정말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운명을 기억하는 것과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는 것과의 상관관계라니.
그러나 차근차근 생각해 보니 분명해졌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 명확해졌다.
이미 주어져 버린 내 운명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나는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곧 운명은 내 의식으로부터 규정되어졌다는 이야기.
그녀는 그것을 내게 말해주려 했던 게다.
언어의 기초적인 나열임에도
그간 나는 왜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던 걸까.
운명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야...
- achor WEbs. ac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