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여자 아이의 집에 가본 건 아마 처음인 것 같아.
나는 어려서부터
내 부모님이 내 친구들을 아는 것,
그리고 내 친구의 부모님이 나를 아는 것,
모두를 두려워 했었고 이건 여전한 편이야.
나는 26살이나 먹었고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주위의 어른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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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놀러 오는 날이면 이상한 심리상태가 된단다.
네가 오겠다고 전화하고 직접 도착할 때까지. 그 시간동안.
그 시간은 상당히 독특해.
나는 마치 어린아이가 퇴근하여 돌아오실 아버지를 기다리는 심정이 돼.
그 시간은 내게 추가로 주어진 여분의 시간처럼 느껴져.
곧 나는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마음대로 시간을 소요해 버려도 상관이 없는 거야.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정리되어 있지 않은 많은 문제들을 내 대신 해결해 주시거든.
나는 네가 온 후부터 다시 시간을 계산하면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갖곤 해.
잘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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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겨울 날,
한 꼬마아이는 버스정류장에서, 혹은 마을 입구에서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돌아오실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 아이는 얇은 옷 하나만 걸쳤기에 몹시 춥지만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길을 어머니를 향해 달려나와 있는 거야.
드디어 돌아오신 어머니는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전혀 갖추지 못하셨지만
후덕한 인상에 무명옷을 여러 겹 두루신 모습이야.
추위에 떨고 있는 아이를 보는 순간 어머니는 이내 달려와
아이를 꼭 껴안아.
"추운데 왜 나왔니?"
"엄마 보고 싶어서."
이것은 무미건조해 보이고, 식상해 보여도
가장 어절 하나하나에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운 대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