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살아왔던 것이다.
끄적끄적,은 내게 부끄러움도 유치함도 옛 기억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끄적끄적,은
내 지난 날의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지난 날 유치했고, 어렸으며,
미숙한 장점이 있었다.
물론 겨우 24,
이제는 유치하지도 않고, 어리지도 않으며
미숙하지도 않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 과거는 모두 그렇게 된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다만 나는 이제 힘을 잃어버린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이미 정형화 되어버렸다.
틀이라는 게 존재한다.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고...
비슷한 문체에 비슷한 구조,
비슷한 레이아웃에 비슷한 디자인.
모든 게 틀이고 나는 그 속에 있다.
예전의 미숙함은 내게 있어서 틀을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부끄럽다.
그렇게 말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그렇게 생각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그렇지만 적어도 틀, 양식, 메카니즘은 없었다.
이미 고정된 형식을 따라 살아가는 나는
예전보다 훨씬 보기좋다.
홀로 고군분투했던 시절처럼
밥값이 없어서 굶지도 않고, 차비가 없어서 외출 못하지도 않고,
피부도 깨끗하고, 손톱도 짧으며, 침도 달콤하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던 게다.
그런 건 예전에 실컨 욕했었던 식상한 기존 사회,
점유자, 지배자의 허상이란 말이다.
나는 지금
내 모든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삶의 기록이 담겨있던
1997년의 끄적끄적,을 보았고,
내가 이미 변했음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문득 토마토가 먹고 싶어진다.
- achor Webs. ac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