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이구나. 반가워.
나는 옛 친구들을 만나면 아주 좋아.
그 친구들은 내가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내 옛 삶들을 많이 기억해 주거든.
그럴 때면 나는 큰 힘을 얻는단다.
결국 학교 제적 당했나 보구나.
그렇지만 그것이 네 원하던 삶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겠지.
IT가 아니라면 혹 코메디 작가가 된 건 아닌지? ^^;
너야 칼라 최고의 문인이 아니었던가. 허허.
이제서야 하는 말이지만
사실 당시에는 말이지 나름대로 나 역시 칼라의 괜찮은 문인이라고
자만하고 있었거든. 크크. ^^;
나와 성향이 다른 네 글들이 내게는 부러움이었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유치하지만 좋은 경쟁자였는데 말야. ^^
칼라, 그러고 보면 글 잘 쓰는 친구들 참 많았었어.
응. 맞아. 나는 요즘 전혀 책을 읽지 않는단다.
그래도 작년에는 내가 공부하던 컴퓨터 관련 서적은 많이 보았다만
최근에는 소설이나 시는 물론이거니와 컴퓨터 관련 서적 또한 손 놓은 지 오래지.
아! 리니지 관련 매뉴얼, 해설집은 어느새 네 권 보긴 했다. --+
오랜만에 찾아온 네 글을 읽고 사실은 좀 쪽팔리다. ^^;
먹은 게 없으니 싸는 것이 없을 수밖에 없는 이치처럼,
나는 이제 내가 좋아하던 글쓰기에 있어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과거의 경쟁자일 수도 있던 네 앞에서 부끄러움이 되어버리네.
그 날 영등포에서.
다소 듬성듬성한 술집, 술을 마시며
너는 내게 코메디 작가가 되고 싶다며 이야기했었던 걸 기억해.
나는 네가 소질이 있고, 잘 해낼 것을 의심치 않았어.
그런데 작년이던가?
네가 난데없이 IT쪽을 파고 있더구나.
하긴 IT가 붐이었긴 했지만 나는 내심 걱정했었어.
너 같은 문인까지도 IT쪽으로 몰려 버린다면
우리 시대의 문화, 마음을 안정케 하는 그 양식은
그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하는 통한에. 허허. ^^;
지난 밤에는 잠도 안 오고 해서
내내 라디오를 들으며, 삼국지를 읽었단다.
물론 소설 말고 만화. --;
나는 여전히 그 환상을 갖고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어.
유비와 조조가 황건적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스쳐 지났던 인연이
시간이 흐른 후 언젠가는 최고의 맞수가 되어 다시 이어지는 그것.
나는 지금 내가 어리고 나약할 때
스쳐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흐른 후 언젠가는 나를 놀라게 할 정도로 커져 있기를 기원해.
나는 그다지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한 평생 살고 말
내 운명을 알고 있단다.
어쩌면 좋은 운명이지.
마음껏 내가 하고픈 일을 하며 즐긴 후
그냥 그렇게 모두가 그러는 것처럼 훌쩍 세상을 떠나버리면 되는 거야.
어렸을 땐 내 운명에 안타까워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만족해.
나는 조그만 나만의 공간에서 친구들과 술 한 잔 할 수 있다면 좋아.
그래서 내 친구들이, 네가, 너희들이
뭐든 해내길 기원한단다.
대리만족일 수도 있겠고, 또 내 자랑거리일 수도 있겠지. ^^
잘 해낼 거야. 너.
방황을 했나 봐. 그렇지만 이제 길을 찾았으니 아주 잘 해낼 거야.
힘내렴.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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