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너와 나. 그리고 야혼이 함께 만났던 날.
그날 나는 쇼비니스트였고,
야혼은 코스모폴리턴이었으며,
너는 중도주의자였던 걸 기억해.
그렇지만 알다시피 나는 한겨레신문을 보는 진보성향, 좌익에 보다 가까운 편이야.
그날은 맹목적인 세계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쇼비니즘을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코스모폴리턴이야 말로 achor/아처/我處처럼 내 오랜 꿈이란다.
어제는 Zeit2000에 내가 아직 바텐더를 하는 줄 알고 손님들이 찾아왔었어.
우리는 맥주를 시켜놓곤 일본과 중국, 그리고 미국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나눴단다.
이번에는 내가 코스모폴리턴이었고,
다른 형이 쇼비니스트를 맡아줬어.
원래 토론이란 그렇게 진영을 각각 맡아줘야 가능하잖아.
나는 우리의 반일감정이 쪽팔려.
중국인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대.
웬만해서는 일본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는대.
왜냐하면 쪽팔리니까.
일본 젊은이들은 우리나라든 중국이든 생각치 않는다고 해.
마치 우리나라가 대만이든 베트남이든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대만 국민들 중에서는 갑작스레 외교 단절로 의리를 저버리고 중국의 손을 들어준
대한민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베트남 국민들 중에서는 대한민국의 군인들이 자행한 양민학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야.
물론 우리 국민이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 보다는 약할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대만이든 베트남이든 생각하지 않아.
마치 일본이 중국이든 한국이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나는 일본을 특별하게 대해 주는 게 쪽팔려.
그렇다고 미국이나 중국을 특별하게 대해주고 싶지도 않아.
나는 어느 나라든 특별하게 대해주고 싶지 않을 뿐이야.
왜냐하면 쪽팔리거든.
나는 가끔 내가 일본인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해 봐.
어쩌면 나는 일본인으로서 지난 역사에 대해 엄청난 미안함을 갖고 있지 않을 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나는 내 선인들이 행하여 온 일에 관하여 전혀 무관심 할 지도 모르겠어.
몇 달 전 신문을 통해 독일인들이 유태인에 대하여 행한 잘못을 시인하고
스스로 보상을 하기로 결정한 판결을 본 적이 있어.
이에 비하면 물론 일본인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게 분명해.
그럼에도 나는 굳이 일본을 상대로 투쟁하고 싶지 않아.
한국과 일본. 우리 나라의 일본의 상대가 된다는 점 또한 불쾌하게 느껴지고.
쪽팔리거든. 겨우 일본이란 말이야?
어느 나라든 우익, 극우는 있어.
얼마나 우익성향이 깊은지 그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
지금 미국이든 일본이든 우익이 세력을 잡고 있는 건 분명해.
그렇지만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야.
나는 아직도 조선일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신문 중에 한 가지라는 게
또 쪽팔려.
우리 나라 또한 우익 세상이야.
그런 우리가 일본 우익을 이야기 하는 건 더욱 쪽팔려.
오히려 우리나라의 우익들이 일본의 우익들을 더 욕하거든.
상충하는 건 당연하니까.
물론 역사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야.
나는 전통을 좋아해. 그래서 종로가 좋아.
또한 매번 할 얘기 못 해온 정부가 이번에 온 힘을 다하여
일본의 잘못된 행태에 제한을 가하는 것 또한 잘못 됐다고는 생각치 않아.
다만 세계적으로 짙어지는 우익 성향을 우려할 뿐이야.
우익이 나쁜 건 분명히 아니야.
긍정적인 보수층은 일반적인 사회에 필수조건일 될 테니까.
온 세상이 우익으로 뒤덮힌다 하더라도
사고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어떻게든 공존의 방법을 찾아내긴 하겠지만
우익은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은 내 진영이 아니야.
나는 자본주의를 인간이 만들어 낸 최고의 사회윤리로 생각하고 있고,
또 더 이상의 대안은 절대 존재치 않을 거라 단정하고 있다만
세상이 존재했던 그대로, 고착화 되는 건 싫어.
퇴보만이 퇴보가 아니고,
진보하지 않는 것, 곧 정체 또한 퇴보라는 말을 나는 믿고 있단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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