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2002-12-16)

작성자  
   achor ( Hit: 1220 Vote: 24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아.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일찍 일어난 덕분에 상쾌하고, 경쾌한 느낌이었음에도
또한 일찍 일어난 덕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많은 일들을 내버려둔 채 낮에 자버렸다. --+
일어나 보니 저녁.

오늘은 날이 꽤나 흐렸나 보다.
친구 전화에 의하면 비가 왔었다고도 한다.
이제 곧 신림사거리로 나가 술 한 잔 할 것인데 그 전에 오늘 생각했던 것들을 남겨 놓는다.



페미니즘에 관련된 옛 기억이 문득 떠올려졌다.
대학 1학년,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한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애초에 갖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내 여성에 대한 관점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커다란 깨달음을 친구로부터 얻게 되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당시 통신중독자로서 나우누리의 한 게시판에 글을 남겨놓았었다.
지금에 와서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글은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다,식의 글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처럼 글을 쓰지는 않겠지만 사실 그 글이 여성의 인권을 해치는 글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러나 남자는 밖에서 일을 하는 편이고, 여자는 안에서 살림을 하는 편이다,와 같이
현실적인 바탕에 토대를 둔 구분이긴 했는데
그 글을 본 한 친구는 그것이 남여의 차이가 아니라 인간의 차이라고 지적을 해줬었다.

그 친구의 지적을 보는 순간 나는 뜨끔했었다.
아주 중요한 부분을 내가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쉽게 남여의 차이라고 구분하는 현상들이
어떻게 보면 인간의 차이일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아직까지도 내게 영향을 꽤나 미치고 있어서
나는 여자는 운전을 못 해, 남자는 설거지를 대충 해, 등의 말들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이런 것들은 인간의 차이다.
그 사람은 운전을 못 해, 혹은 그 사람은 설거지를 대충 해,라고 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본 이후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란 말이 내내 가슴에 남아 있었었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와 같이
그리 특별한 말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지워지지 않는 그런 문구가 되어 버린 게다.

나는 이 말을 변심해 버린 옛 애인에게
눈물 가득한 절실함으로 토로해 버리고 싶은 충동을 강렬히 느껴왔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이 말은
나는 아직도 깊이 사랑하는데 상대방의 사랑은 이미 식어버린 그 감정을
너무나도 절실하게 담아내고 있는 말 같다.

아. 다들 알겠지만 노파심에.
이 말은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말이 아니라 봄날은 간다,의 대표적인 멘트인데
같은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기에 그냥 연상되었던 것이다.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02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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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