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2002-12-11)

작성자  
   achor ( Vote: 33 )
분류      Experience

얼마 전 그토록 보고 싶었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았는데
그 잔잔함이 문득 다시 떠오르는 아침이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했던 봄날은 간다, 또한 좋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 역시 그에 못지 않았던 것 같다.


오목교 현대백화점 앞 트리.
결국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나 보다.



어제는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전날 밤을 꼬박 샌 후 약속 2시간 전에 잠들고 말았다.

어쩌다 한 번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며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번이 벌써 몇 번째다.
유네스코의 사무총장도, 정통부의 부장급 인사들도 내 수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의 불규칙한 삶은 나의 사회생활을 저해하는 가장 큰 적이 되어가고 있다.

오후 늦게 일어나 엄청나게 쌓여있는 핸드폰 수신 내역을 보며
나는 나에 대한 신뢰를 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무리 미화한다 하여도 진실은,
나는 지독히 게으르고, 나태하며, 나의 의지로 나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다,일 수밖에 없다.
고작해야 그런 내가
나는 잠깐 눈을 붙인 후 일어날 수 있다,라고 나를 신뢰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던 게다.

나는 뭐라 변명할 수 없었다.
이럴 땐 대개 갑자기 배탈이 났다거나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는 말로 상황을 수습해 버리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받아온 나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그대로 까발라 져서 내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루는 게 정당하다.
단장님은 몇 차례 나의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해해 주신다.
밤에 잠 좀 자렴.


감시단이 올해 대통령상 받은 사진인데
별 관계 없지만 찍어둔 김에 올려 놓는다. --+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고,
세상이 쉽다고 말하고, 쉽게 살아가는 이들이 부러워 진다.

지금처럼 영원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죽음 앞에서 삶을 후회할 수밖에 없다는 필연,
그러지 않기 위해 삶의 길에 대해 고민해야만 한다는 억압...
이런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는 자야말로
진실한 현대 사회의 도인이 아닐까 싶다.

삶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분쟁과 문제들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15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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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3/04/2025 12: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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