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2002-11-17)

작성자  
   achor ( Hit: 1602 Vote: 16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부모님과 외식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달은 부모님께서 쏘실 차례였습니다.
서로 달리 살고 있기에 자주 볼 수는 없지만
한 달에 한 번은 꼭 함께 외식을 하고 있거든요.
부모님과 제가 번갈아 가면서 쏘고 있지요. --;

유치원 시절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저는 가족 중 유일한 채식주의자였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육식을 한 기억은 전혀 없는데,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메뉴는 대체로 갈비가 되곤 하지요.

예전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에는 너무 술을 많이 마시고 다녔던지
어머니는 아직까지도 생일날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고 걱정하시더군요.
생일날 집에 오지 않을 걸 알기에 미리 준다며 준비하신 선물도,
또 제가 없을 때도 항상 미역국을 끓여 부모님 자신들은 드시고 있다는 말씀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청소년 시절에는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부모님과 이야기 나누는 게 어쩐지 어색하고 불편하였는데
저도, 또 부모님도 나이를 더 먹어서 그런지
무슨 이야기든 쉽고,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일상의 이야기도, 가족의 이야기도, 정치나 사회적인 이야기도...
즐겁고 유쾌하게 나눌 수 있다는 게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이번 학기에 졸업을 못 하고, 다음 한 학기를 더 다녀야할 것 같다는 고백을 하였는데
부모님께서는 적잖이 놀라시는 눈치셨지만 의외로 큰 동요 없이 이해해 주시더군요.
사실은 부모님께도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 보이지 않는 믿음은 제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고맙습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04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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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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