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기능부 (2002-10-28)

Writer  
   achor ( Hit: 1138 Vote: 2 )
Homepage      http://empire.achor.net
BID      개인

중간고사 기간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금요일, 나는 첫 시험을 치뤘다.
이것 역시 다른 과목들처럼 시험을 못 치룰 것 같았지만
다행히도 경제학 수업.
그나마 아직은 존재하고 있는 학과 친구들이 연락을 해줘서 시험에 참석할 수 있었고,
또 공부한 것에 비해서는 엄청 시험을 잘 치룬 편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오픈북 시험이기에 뭐 불건전한 행위를 한 것도 없다.
물론 친구의 완벽한 노트 필기가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

아직 오늘 밤 10시에 인터넷 수업의 시험이 하나 더 남아있긴 하지만
이제 곧 술 마시러 나갈 예정이니 보게 될 지 못 보게 될 지는 모르겠다.
(물론 동네다. 다시금 말하지만 누구라도 술 마시자고 나를 먼 곳까지 불러내지는 말아다오. --;)



지난 토요일에는 어렸을 적 친구들을 만났다.
나는 이미 초등학교 시절에 여느 고등학생 못지 않게 빡세게 공부하였는데
그 힘든 여정을 함께 겪어온 산수기능부 출신 친구들을 만난 게다.



보통 밤 11시까지 교실에 남아 공부하고, 일주일에 한 권씩 문제집을 끝내곤 했으니
우리는 그 어린 나이에 공부에 학대 받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에도 나는 좀 뺀질뺀진했고, 가장 모범생으로부터 벗어나 있었지만
내가 이 나이에 와서 공부를 좋아하지만 몸으로는 하고 싶어 하지 않은 까닭이
그 시절 내 평생에 해야할 공부를 이미 다 해버렸기 때문일련지도 모르겠다.

물론 덕분에 우리 다섯 명 중에서는 두 명이나 서울대 법대로 진학했고,
최후의 세 명은 당대의 존재하는 수학경시대회를 휩쓸고 다녔으니 대단하긴 했다.



모임을 주선한 친구의 사진은 없다.
사진을 찍을 무렵 이 친구가 마지막 과외가 있다며 잠깐 자리를 떴기에.
이 친구는 당시에도 정말로 열심히 공부하더니만 지치지도 않았던지 여전히 공부하여
이미 사법연수원에 들어가 있는 친구다.


이 친구는 다섯 명 중에 꼈다가 부천으로 전학가는 바람에 퇴출된 친구다.
덕분에 내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우리 중에서는 유일하게 시발,이라는 욕을 일상적으로 쓸 줄 안다.


이 친구는 당시 각각 날고 뛰었던 수 십명이 경합했던 예선에서는 단독 1위였다고 자랑한다. (나는 잘 기억 안 난다. --;)
그러나 5명, 그리고 3명으로 추려진 결선에서는 2-3위권이었다고 한다. --+
너무 착한 게 흠이 될 정도로 착하고, 명랑하며, 밝고 건전한 생각을 갖고 있는 친구다.


아. 그리고 이 친구.
이 친구는 산수기능부에서는 예선에서 떨어졌지만,
그리하여 오늘의 이 자리에는 우연히 전화했다가 만나게 됐지만 나에게는 아주 각별한 친구다.

나는 지금까지의 삶에서 전위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을 둘 만났는데
그 중에 한 명이 바로 이 친구다.
또한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친구이기도 하다.

이 친구는 내가 독립하게 된 큰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고등학생 시절 독서실을 함께 다니며 대학생이 되면 우리는 대학로에 함께 독립하여
그는 전위예술을, 나는 사회문화를 공부해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의 대학에 간 까닭에도 이 대학로가 주는 매력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대학1학년,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완벽한 자유에 나는 이미 그 독립심을 잃고 있었는데
3월의 1차적인 합동 독립이 실패로 끝난 후
그 해 여름 방학, 이 친구는 단독으로 독립을 성취해 냈었다.

얼마 안 돼 부모님께 집으로 끌려가긴 했지만
나는 이 친구의 도전 덕택에 그간 노느라 잊고 있던 내 독립에 대한 의지를 다시 다졌고,
그렇게 독립한 것이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으니
참으로 내 삶에 이 친구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아니할 수 없다.

이 친구는 독특한 외모처럼 행동 또한 실로 전위적이다.
우리가 만났던 이 날도 술집에서 완벽한 나체쇼를 선사했다.





고기 익는 소리에 시간가는 줄 모른 채
추억과 현재, 여자와 스포츠, 북한과 통일, 정치와 사회 등을 이야기 하며 밤을 꼬박 새운 후 돌아왔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06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achor.net/board/diary/676
Trackback: http://achor.net/tb/diary/676
RSS: http://achor.net/rss/diary

Share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Login first to reply...

Tag
- 산수기능부: 사법고시 (2001-12-05 14:06:39)- 초등학교: 시윤의 입학 (2017-03-03 00:24:19)

- 초등학교: 아버지회 체육대회 (2017-04-16 19:50:53)- 초등학교: TV 속의 그녀 (2003-01-08 23:37:42)

- 산수기능부: 맥주를 마시다 (2002-12-16 07:56:56)- 산수기능부: 위기 No.2 (2003-05-31 13:10:38)



     
Total Article: 1963, Total Page: 273
Sun Mon Tue Wed Thu Fri Sat
    1 2
찬 바람
3
사진을 찍다! [1]
4 5
6 7 8 9 10
학교 가는 길 [1]
11
남편감 [1]
20020822 일본 오다..
술을 마시다 [2]
12
13 14 15 16 17
시월 셋째주 [1]
18 19
20
일요일 아침 [1]
일요일 저녁
일요일 밤 [1]
21 22
밤에 피어나는...
23 24 25 26
27 28
산수기능부
29
오승현 [2]
30 31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Poll
Only one, 주식 or 코인?

주식
코인

| Vote | Result |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