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감 (200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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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3250 Vote: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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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감

옷걸이가 생긴 것도 오래 전이고, 사진을 찍어놓은 것도 오래 전 일이다. 요즘 들어 나는 아주 게을러진 것 같다. 물론 애초에도 근면, 성실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좋은 남편이라는 데에 조금씩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같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스스로를 아주 괜찮은 남편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게으르고, 많은 걸 귀찮아 하며, 게다가 싫증도 잘 내고, 꽤나 개인적인 편이다. 특별한 관심사나 취미도 없어서 누군가와 무엇을 함께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대개의 것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편이라서 청소를 하는 대신 지저분한 방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성향까지 있다.

아. 치명적이다. !_!

하지만 나는 적어도 공명정대 하게 처신하려 애쓰고는 있다.
나의 편의를 위해 부인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고,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부인에게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밥 하기 싫다는 부인에게 밥 해달라고 조르지도 않을 것이고, 청소하기 싫다는 부인에게 청소하라고 명령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도 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을 것이지만. --;
또한 '무슨 여자가...'로 시작되는 말들이 내 입에서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무슨 여자가 남편이 왔는데 밥도 안 하고 있어?' 내지는 '무슨 여자가 이렇게 지저분해?' 따위의 것들.

요컨대 나는 부인을 가장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데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1년에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청소하는 편이고, 불규칙한 생활을 즐기며, 무언가 즐기는 것 대신에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한다는 것은 여전히 치명적이다. !_!

사진은 선물받은 행거.
정말 고맙다. 잘 쓰마.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08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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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2002-10-15 18:03:49
아처에겐 빨래걸이대가 필요했던거야. 내가 잘못생각한거지.저 행거가 자기 구실을 잘할수 있는 날이 올테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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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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