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People (200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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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259 Vote: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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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다가 새로운 BC카드 CF를 보았다.
그 속에는 한껏 가을에 취해 있는 김정은이 있다.

바바리 코트를 걸친 채 차분히 서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어색하였다.
그녀는 여전히 하얀 흰눈 속에서 부자되라며 손짓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데
그 겨울이 흘렀고, 봄과 여름도 어느새 흘러가 있다.

어느덧 1년이다.
무얼 하며 살아왔는지 전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으면서 학교에 가질 않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 것도 아니고, 다른 약속이 있거나 특별히 사무실에 남아 해야할 일이 있던 것도 아니다.
전날부터 다시 일주일간 학교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괴로워 했는데
그 괴로운 여정을 밟는 대신 오늘은 쉬기로 내심 결정했을 뿐이다.

침대에 누워 요리조리 채널을 돌리다가 옛 드라마 재방을 하는 채널에 우연히 시선이 닿았다.

드라마 전후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 속에서 한 남자는 한 여자에게 저돌적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다짜고짜 회사 앞으로 찾아가 만나자고 하기도 했고,
상대방에게 뭘 먹고 싶냐고 물어보는 대신에 중국집으로 끌고가 짜장면을 시키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여자는 나이가 들면
약속이 없어도 약속이 있다고 하고, 시간이 있어도 시간이 없다고 하며,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유치하게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렇게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남자가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거라고 이야기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인데 황당하게 일반화시켜 놓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회사 앞으로 찾아가는 건 내게 있어서 귀찮은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TV에서도, 거리에서도
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지만
별로.
특별히 가을이라고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지난 주말, 나는 그 주 열심히 학교에 다닌 것과 비례하여
그 주말이 가고 있음에 엄청나게 몸부림 쳤었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건 여전히 즐거운 일이지만
매일매일 학교에 가야한다는 사실,
며칠 정도는 참을 수 있다, 그러나 내내 그렇게 다음 일정이 빽빽하게 차 있는 상태를 용납할 수 없었다.
학교에 갔다 오면 하루가 다 가버리고, 게다가 그 반복이 일주일간 계속 되어 여유가 없다는 건 고통이다.
나를 바싹 옭아매는 느낌이다.

그래도 여유가 있는 학교가 이럴 진데, 하물며 회사라면...



갈수록 게을러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갈수록 자기합리화만 늘어서 무얼 해도 스스로 정당하게 느껴가는 것만 같다.

그렇지만 아직은 이런 생각을 할 만큼은 공명정대 하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09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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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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