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은 내게 더이상 아무런 의미도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건 오래 전 이야기다.
나는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시간을 축냈다.
물론 부처님오신날이든 개천절이든 뭐든 마찬가지였겠지만.
나는 틈틈히 잠을 잤고,
어느새 5월이 닷새나 흘렀음을 생각했으며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새삼스런 생각을 반복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문 닫은 롯데백화점 앞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것은 7년이나 된 이야기였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내가 다니던 독서실은 언덕에 위치해 있었다.
그 언덕을 지나 차들이 다녔고, 나와 친구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독서실 앞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차들, 사람들을 바라보곤 했었다.
시원한 날씨 속에서 벤치에 앉아 흘러가는 것들은 바라보는 일은 편안하고 안정적인 일이었다.
목이 말라 근처 KFC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곤,
돌아오는 길에 약간 출출한 기운이 느껴져서 파파이스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왔다.
물론 비디오 대여점에 들려 한 편 빌려오는 것도 잊지 않았고.
이것은 나의 행복이다.
일을 하거나 빈둥거리다가 동네 앞에 앉아 바람도 쐬고,
근처 편의점에 들려 예쁜 아가씨한테 돈을 건네며 시원한 음료수도 사고,
돌아오는 길엔 먹을 것과 비디오, 만화책 같은 걸 빌려와서 그저 그렇게 밤을 지새우는...
이것은 나의 작은 행복이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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