別 (2002-02-08)

작성자  
   achor ( Hit: 1931 Vote: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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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지난 여름에 나는 리니지에 빠져있었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나는 리니지 하는 일 외에는 그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먹는 일이나 자는 일들조차도 나는 소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리니지를 그만 둔 것은
리니지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못 되어서였다.
일에 대한 압박도 날로 쌓여만 갔었고,
리니지 자체의 지루한 게임 운영 방식도 문제였고,
또 지방에서 올라온, 함께 게임했던 여자아이들을 만났었던 것도 문제였다.
그녀들은 내 예상에 비해 현격히 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와서 드는 가장 큰 한 가지 이유는

다름 아닌 여.름.이.끝.났.다.란 사실이었다.

9월로 접어들 무렵, 서서히 뜨거운 태양의 열기 대신 바람의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할 그 무렵
나는 리니지를 하고픈 모든 욕망이 사라짐을 느꼈다.



그 무렵 나는 또한 이별을 했다.


- 이별은 그렇게 한 순간이다.

- 사랑은 마치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내 2001년의 여름을 뜨
- 겁게 달궈놓곤 훌쩍 떠나버렸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날
- 씨가 느껴진다. 이제는 마음 한 구석 또한 서늘해질 것을 알
- 고 있다.

그렇지만 사랑이라니.
정말 오랜만에 생각해 보는 단어다. 사랑.
그리고 이별.

새벽에 혼자 깨어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신문 속에서 따라가기 버거운 IT 기술 뉴스를 접할수록.
날력을 보며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느낄수록.

나는 자신이 없어진다.

먹고 살아가야 하는 일들이 이제는 꿈이나 동경이 아닌
실제상황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먹고 사는 것을 위하여 나는 내 지금까지의 이상과 생각들을
한 순간에 포기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느껴져 온다.

나는 철인이나 신이 아니라는 것.
어떻게든 살 삶이지만 좀 더 편안하게 살고픈 기본적인 욕망.

이러한 것들이 나를 자꾸 옭아매어 간다.


그렇지만 사랑이라니.
그리고 이별.

그렇지만 처음.
아무 것도 없지 않았던가.
내게 잃을 것이 무엇이던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던가.

곰곰히 다짐해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동사서독.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라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찬 바람은 여름을 투영할 것이라고.

한 겨울.
매서운 동풍 한 가운데에서
얼마든지 나를 투영해 가렴, 외쳐댔던 나의 그 기상을 잊지 않겠노라고.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33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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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2002-02-08 07:11:16
술 한 잔 하죠? --;

 ggoob2002-02-09 01:19:03
술 한잔 할까? 예쁜 내가 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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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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