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이 없어서 담배를 끊어야하는 상황을 맞이한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몇 해 전에도 나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대한 적이 있었다.
대학로에서 살아가던 시절.
우리는 셋이서 돈을 모아도 담배 한 값 살 돈을 마련할 수 없었다.
이미 돼지 저금통에 남아있던 100원짜리는 다 써버린 터.
평소에는 결코 관심을 갖지도 않던 10원짜리를 긁어 모아 담배 한 갑 겨우 마련하기도 했었고,
친구들에게 담배 한 갑 사서 놀러오라고 연락하기도 했었다.
우리는 참으로 궁하게 담배 한 개피를 마련하였던 게다.
그렇지만 이 비극적인 이야기가
당시의 우리에게 있어서는 비극이 아니라 일종의 즐거움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잘 사는 게 오히려 덜 멋있었다.
대체로 돈이 없어서 항상 고생하면서도 자유롭고 상쾌하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테마였고,
우리가 부유했다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젊은 시절의 멋은
한층 반감되었을 거라 믿는다.
그 시절 같이 담배 한 개피를 갈망했던 친구 녀석은
방금 전화를 하여 명품 장사를 같이 해보자고 한다.
담배 한 개피 살 돈이 없던 우리가 명품 장사라니.
다소 격세지감이 느껴져 온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
담배 한 갑 살 돈도 없지만 나는 이 사실이 전혀 비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지난 날을 떠올리게 할만큼 유쾌한 기분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