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2002-01-15)

작성자  
   achor ( Hit: 1500 Vote: 13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담배값이 없어서 담배를 끊어야하는 상황을 맞이한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몇 해 전에도 나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대한 적이 있었다.

대학로에서 살아가던 시절.
우리는 셋이서 돈을 모아도 담배 한 값 살 돈을 마련할 수 없었다.
이미 돼지 저금통에 남아있던 100원짜리는 다 써버린 터.
평소에는 결코 관심을 갖지도 않던 10원짜리를 긁어 모아 담배 한 갑 겨우 마련하기도 했었고,
친구들에게 담배 한 갑 사서 놀러오라고 연락하기도 했었다.
우리는 참으로 궁하게 담배 한 개피를 마련하였던 게다.

그렇지만 이 비극적인 이야기가
당시의 우리에게 있어서는 비극이 아니라 일종의 즐거움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잘 사는 게 오히려 덜 멋있었다.
대체로 돈이 없어서 항상 고생하면서도 자유롭고 상쾌하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테마였고,
우리가 부유했다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젊은 시절의 멋은
한층 반감되었을 거라 믿는다.

그 시절 같이 담배 한 개피를 갈망했던 친구 녀석은
방금 전화를 하여 명품 장사를 같이 해보자고 한다.
담배 한 개피 살 돈이 없던 우리가 명품 장사라니.
다소 격세지감이 느껴져 온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
담배 한 갑 살 돈도 없지만 나는 이 사실이 전혀 비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지난 날을 떠올리게 할만큼 유쾌한 기분을 주고 있다.

돈이 없으면 돈을 벌면 된다.
별로.
괜찮다. 이 정도 쯤이야. ^^

그렇지만 그간 너무 놀긴 했나 보다.
반성 정도는 해야겠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48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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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thers
2002-01-15 20:19:17
...같은 시절 같이 생활한거 같은데, 담배에 대한 기억은 없군. 라면이면 몰라도 --;

 yahon
2002-01-17 22:55:34
기억하라!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디스한보루!

 Keqi
2002-01-20 14:04:07
난 앞으로 담배만큼은 절대 피우지 않으리라...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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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3/04/2025 12:3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