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사사 게시판』 24331번
제 목:(아처) 끄적끄적 20 추석특집
올린이:achor (권아처 ) 97/09/17 01:57 읽음: 27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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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특집'이라 이름 붙인 것이 돋나 썰렁하겠지만 왜 유독 나만 썰렁하
다고 하는가! 세상은 모두 다 그러고 있는데!
1.
9월 16일 0시를 기해 시작된 내 1주일간의 금연결심은
9월 15일 21시 무렵 피운 마지막 THIS 이후로 많은 고뇌와 인고를
나로 하여금 겪게 하고 있다.
으아~ 미쳐 버리겠다. --;
2.
여전히 아무 재미없는 시골로
전통과 어른공경에 대한 도덕적 내압으로 인하여
다시금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내게 주어진 임무는 수면뿐...
3.
구치소 기념으로 구치소 내에서도 많은 협박과 압력을 이겨낸
내 충분히 자란 왼손 새끼 손톱과 턱수염!
우선 눈에 띄는 턱수염이 그 첫번째 사정대상이 되고 말았다.
중간 휴게소에서 전기면도기 건전지를 사라 하시는
어머님의 말투는 작문시간의 기억을 떠올리게금 했다.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합니다'는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세요'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내게서 판단의 기회를 박탈하신 채
마치 건전지를 사는 것은 당연하다란 식으로 말씀하신 어머님의 효과는
충분히 인정할만 했다.
물론 내 스스로 시골 어르신의 잔소리에 대한 회의가 일기도 하였으나
이미 내 반발 정도야 자신의 손안에 있다고 여기시는
어머님의 당당함에 굴하기로 하였다.
(푸하하~
사실 긴 수염은 전기면도기 따위로 깎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머님께서는 모르고 계셨겠지...)
어쨌든 이름모를 어느 휴게소에서 건전지를 사는데...
헉! 순간 심장의 요동질로 인하여
난 죽음에 다다를 뻔 하였다. --;
신은 어찌 그토록 귀여운 천사에게
휴게소 직원이란 벌을 내리셨는지...
우리(나와 그 천사 --+)는 몇마디 나누지 않았다.
말은 필요없었다.
다만 눈빛만으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었기에... ^^
고작 우리가 나눈 대화는
'건전지'뿐... --;
신은 우리가 그렇게 허무하게 헤어지게 하지는 않았다.
역시 신은 로멘스를 아는 존재인가 보다. ^^;
사온 건전지가 크기가 맞지 않았다.
아처를 색마로 보는 사람 중에는
고의성이 짙은 행위라 마음대로 규정하는 사람이 간혹 있으나
절대 아님을 이자리에서 밝혀둔다.
크기가 맞지 않아 다시금 그 매장을 찾아갔다.
역시 별 말은 필요없었다.
다만 눈빛만 존재할 뿐... ^^
'더 작은 거'...
그렇게 하늘이 내리신 천사와 아쉬운 마지막 작별의 눈빛을 나눈 채
눈물을 흘리며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
수염 안 깎냐는 어머님 말씀에
깎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깎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역시 고의적 행위는 아니었다.
4.
시골집에 갈 때면 나를 고민하게 하는 것은 내 바지이다.
하나같이 질질 끌려서
스스로 자신들을 뼈대있는 가문의 일환이라 생각하시는 그 분들께는
내가 탐탁하게 여겨지지는 않으신가 보다.
모 어쩔 수 없지...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은 그 분들의 몫이니까~ -_-;
5.
고속도로 휴게소의 모습은 서울역 광장의 모습과는 다른
문화적 충돌이 일어나는 듯한 모습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실감할 수 있으며
그 안에 서 있으면
내 주위에 세상이 돌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6.
15일, 할 일없던 나는 이젠 뛸 수도 없는 폐를 안고
거리로 나왔다.
시골집이라고 해봤자 도시 한복판에 있기에 별 다른 느낌없이
홀로 당구장과 오락실을 전전했으며
(KOF97이 나온 것을 이제야 알게됐다. --;)
목적없이 쭉 걷기도 했다.
(읔~ 돌아가느라 죽는 줄 알았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당시엔 걷기조차 버거웠었다. -_-;)
7.
우리 삼대는 상당히 과묵한 편이다.
물론 적어도 너희들이 삼대 중에서 나에 이르른다면
쉽게 동조하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도 하지마는
일전에 말했던 다양한 모습의 측면에서 이해하면 될 게다. --+
그 결과 분위기는 상당히 무거우며, 진지한 편이다.
때론 드라마에서 나오는 가벼운 웃음이 나오는 어른들을 상상하기도 하나
차라리 조금 썰렁할 지언정
무언가 분위기를 내는 어른이 더 나을 듯 싶기도 하다.
8.
추석은 방송을 통해 음치들에게 특권을 준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돋나 밀리는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대한민국의 성훈같은 음치들을 모조리 모아놓고는
누가누가 더 튀나를 가리는 지
가뜩이나 지루하고 짜증나는 서울 오는 길을
더욱 심화시키곤 했다.
아~ 적어도 내가 나갔으면 음치대상이나 받았을 건만...
9.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목욕문화가 발달한 우리 집안에서
지방에서 올라오는 길에 온천을 빠트릴 리가 없었다. --;
어떻게 아셨는지 어느 구석탱이에 입지한
'화양원탕'이라는 곳으로 찾아 들어가서리
또다시 목욕을 하는데~ --+
내 개인적 의견으로는 기존에 갔던 곳들보다
수질이나 시설이나 모두 별루였건만
내 어머님께서는 수질이 최상이라 하시면서
무려 3시간이나 목욕을 하시는 만행을 저지르셨다. --;
(으~ 지치지도 않는지... --+)
목욕을 마치고 또 구석탱이에 위치한
올갱이탕 전문집을 찾아가 점심을 했다.
무슨 소라 내장처럼 생긴 올갱이였긴 하지만
맛은 상당히 있었다.
당시 우리밖에 없었던 시골집 분위기가 물신 났던 그 음식점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10.
아마도 오늘 보름달을 못 본 사람은 평생 후회해야 할 것만 같다.
내가 본 달 중에서 그 아름다움이 최상이었으니...
밀리는 차 속에서 문득 달을 보았는데
달 주위에 둥그런 무지개 빛 원이 보였던 것이다.
과장없이 몇 십분을 난 그 달만 계속 쳐다보았다.
그 달은 '신비함' 그 자체였다.
특히 그 무지개빛 띠는 그 신비와 황홀함으로
달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을 생각나게 하였고,
나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고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 잊지 못할 것만 같다.
ps. 주연~ 난 널 사랑하지 않아. --+
호겸~ 내가 언제 너 짬뽕 사준다고 그랬어! 밥팅아! \./
재훈~ gokiss, kokids 흐흐~ 놀라운 발견!
은영, 경숙, 연미, 진호~ 오랫만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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