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를 살 일이 생겼습니다. 물론입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남자도 생리대가 필요한 일이 생길 수 있고, 그럴 때면 생리대를 사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저는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찬찬히 살펴본 후 가장 양이 적은 10개짜리 화이트를 골랐지요. 슬림, 중형, 날개형이라고 합니다. OK Cashbag 포인트 상품이기도 하더군요. --;
제가 고른 건 파란색이었는데 분홍색도 있었고, 또 다른 색도 있었습니다만 무엇이 다른 지는 도통 알 수 없었습니다. 똑같이 슬림, 중형, 날개형이었는데 포장색이 다르더군요.
계산대에는 편의점 주인으로 보이는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아저씨와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듯한 여자 아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제가 화이트를 내밀 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디스도 세 갑 주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제 긴 머리 때문에 아마도 저를 여자라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그 때 터져나온 제 굵은 목소리에 주인 아저씨도 알바 여학생도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바 여학생은 제 험상궂은 얼굴을 한 번 보더니 손을 부들부들 떨며 어쩔 줄 몰라 했고, 옆에 있던 주인 아저씨 역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얼마예요?'라는 제 질문에 우물우물 하고 계셨습니다. 그나마 연륜있는 주인 아저씨께서 이내 정신을 되찾으시곤 검정색 비닐봉지를 뜯어 허겁지겁 생리대와 담배를 담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잠시동안의 편의점 모럴헤저드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지만 그 두 사람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생각하니 연신 웃음이 터졌습니다. 덕분에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내내 한껏 웃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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