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 시절
한 달에 한 번 거행되는 어머니의 곗날은
명동이라는 당대 최고의 중심가를 구경할 수 있는 날이었다.
그 날은 으례 명동성당 앞 어느 골목 안에 위치해 있던
섞어찌개 집에서 점심을 함께 먹곤 했었는데,
그 오징어섞어찌개는 어찌나 맛있던지
아직까지 가장 맛있던 음식으로 아로새겨져 있었다.
어머니의 계가 끝난 게 먼저인지, 내가 청소년기로 접어든 게 먼저인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시간이 흘러가며 명동의 오징어섞어찌개는 내 입에서 멀어져 갔다.
성인이 되고 난 후 명동은 수십번도 더 가봤었지만
막상 오징어섞어찌개 집을 찾아가 보지는 못했었다.
찾아서는 안 될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명동하면 가장 먼저 떠올려 지는 건 여전히 오징어섞어찌개였지만
이래저래 그냥 잘 맞지 않았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언젠가는 다시 한 번 찾아가 봐야지 하는 생각은 항상 갖고는 있었다.
오늘,
누나의 출산으로 충무로 제일병원에 들렸다가
기어이 오징어 섞어찌개 집을 찾았다.
기억으론 그 당시 섞어찌개를 하는 가게가 2-3곳은 됐던 것 같은데,
그 집이 그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금강섞어찌개라는 곳이 가장 오랜 전통으로 검색은 되더라.
그러나 찾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 북적북적한 명동 한 복판에 차를 대곤
기억과 검색에 의존하여 옛 추억을 찾았으나 가게는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포기할 만도 했지만
오늘 이 기회에 얻지 못하면 결국 또 몇 년, 몇 십년을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최선을 다해 찾아다녔다.
알고 보니 2년 전 즈음 가게 위치가 변경됐던 것.
후미진 뒷골목으로 이전해 있던 금강섞어찌개를, 결국은 찾아냈다.
오징어섞어찌개 2인분을 포장한 후 집에 돌아와 추억의 맛을 음미해 본다.
강한 MSG 맛이 느껴진다.
어머니의 손맛은 결국 MSG였던 것처럼
내 추억 속 Best 음식이었던 오징어섞어찌개 역시 MSG였던 겐가!
그러나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했다.
MSG도 맛있지만 추억이 맛있다.
너무 맛있게 먹는 나를 보며
아내는 똑같이 오징어섞어찌개를 해보겠다고는 하던데,
과연 이토록 전통적인 MSG를 현생 인류가 재현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고다, 오징어섞어찌개!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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