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친 유시민적이기 때문일까.
유시민의 TV토론을 보는 것이 즐겁다.
그 즐거움의 이유가
유시민의 언변이 뛰어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친 유시민적이기 때문인지
잘 판단되지는 않지만
반 유시민자에겐 유시민의 논조와 표정, 토론자세가 싫을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2.
오늘, 김문수와 유시민이 맞짱토론한 SBS의 시사토론은 매우 재미있었다.
둘 다 인정할만한 정치인이기도 했고, 또 언제나 유시민의 토론은 즐거운 이유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토론 자체는 좀 일방적인 면이 있었다.
유시민 같은 논객에게는 오히려 김문수 같은 이가 더 어려운 상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전여옥이라면 최선이고, 차안으로 나경원 같은 이도 괜찮다, 그런 정도의 상대라면 유시민의 강점이 잘 살 수 있을 것인데
김문수와 같이 그래도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알고, 인정할 줄 아는 이가 상대라면
유시민의 다소간 적극적, 혹은 공격적인 논조는 상대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시킬 수도 있겠다, 싶었다.
김문수는 많이 밀렸지만 그 세련되지 못한 어수룩함이 그의 강점인 것도 같다.
3.
TV토론을 보면서 든 생각은,
유시민, 정말 공부 많이 하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다.
예상되지 않은 질문을 받았을 때 막힘 없이 답할 수 있는 것,
혹은 예상된 질문이라도 제대로 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만큼 학습을 많이 했고, 지식을 갖고 있는 것 외에는 없다.
사소한 부분까지도 캐치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시간을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김문수의 모든 질문에 효과적인 답을 내놓는 유시민을 보며,
정말 많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혹은 보좌관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유시민의 능력이겠다.
4.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러했다.
나는 그의 도전적이고, 일관적인 발자취도 좋아했지만
그가 출연하는 TV토론 보는 것을 매우 좋아했었다.
그의 토론은 항상 명쾌했고, 많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많은 이들이 노무현-유시민의 계보로 정치적 지지를 나타내는 가장 큰 까닭에는
그들 간의 인간관계나 정치적 노선의 동질성 이전에
TV토론이든 뭐든 그 대상이 무엇이든
그들 자체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준비하여 완성된 형태의 결과물을 내놓는 데 있는 것도 같다.
노무현, 유시민이 행하고 있는
사안에 대한 그 정도의 철두철미한 분석, 그리고 학습은
부러운 능력의 수준이다.
5.
그렇지만 나는 김문수를 이해할 수 있다.
비록 많은 유시민 지지자들에 의해 현재는 그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나는 그를 한나라당 최고의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상대가 유시민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주, 지인의 소개로 오세훈 선거캠프의 조직특보와 1시간 여 가벼운 티타임을 가졌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내 정치적 성향을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았었는데
이는 상대가 누구일 지라도 애초에 정치적 발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거니와
동방예의지국에서 연배가 한참 높은 초면자와 굳이 마찰을 빚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정치적 주관보다 개인의 영달이 더 큰 면도 없지 않았던 것도 같다.
물론 갖은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던 김문수가 나와 같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김문수의 변절을 인간적으로는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다.
6.
오늘 유시민을 보며,
열정을 갖고, 맡은 바 업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서 정치의 미래를 봐왔긴 했지만
새삼 그의 엄청난 공력,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데에 진심으로 놀랐다.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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