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일종의 기술인가? 만약 그렇다면 사랑에는 지식과 훈련이 필요하
다. 거의 모든 사람이 사랑을 갈망하고, 사랑을 주제로 한 수많은 영화를
보고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만, 정작 사랑에 대해서 무엇인가 배워야 할 것
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이 사랑을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첫째,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문제,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사회적 성공을 거두려 애쓰고 여자들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꿈으로
써 사랑스럽고 사랑받을 존재로 자신을 꾸민다. 사람들이 사랑에 관하여 배
우려 하지 않는 둘째 이유는, 사랑에 푹 빠지게 되는 최초의 경험과 지속적
으로 사랑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혼동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누구나 그
러하듯이 남남으로 존재하던 두 사람이 벽을 허물고 친밀감을 느끼고 하나
임을 느낄 때, 그 하나됨이 순간은 일생에서 가장 즐겁고 흥분된 체험이 아
닐 수 없다. 사랑이 없는 폐쇄되고 고립된 상태에 있던 사람들일수록 그 순
간이 주는 감동을 크게 경험하게 된다. 이 갑작스러운 친밀감의 기적은 성
적인 매력과 성적인 결합에 의해 시작될 때 더욱 가속된다. 그러나 불행하
게도, 이런 사랑은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열중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두 사람이 서로의 모든 것을 알아 버리고 친숙해질수록 서
로에 대한 실망과 권태감은 커져, 최초의 황홀한 경험은 흔적조차 없어지게
된다. 처음의 강렬한 열중은 사랑을 증거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서로 만
나기 전에 두 사람이 얼마나 외로웠는가를 입증해 줄 뿐이다.
사랑만큼 엄청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시작하였다가 결국 실패로 끝나고마
는 활동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은 사랑을 포기할 수가 없다. 따라
서 사랑을 실패로 끝나게 하는 원인을 밝혀 내어 사랑의 올바른 뜻을 배울
필요가 있다. 살아가는 데에 기술이 필요하듯이, 사랑하는 데도 지식과 기
술이 필요하다. 우리가 음악이나 미술, 건축 또는 의학, 공학의 기술을 배
울 때 이론들을 습득하고 실천을 통하여 숙달되는 과정을 거쳐야 기술을 능
숙하게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사랑의 방법도 배워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