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엔 한 장면이 떠오른다.
이는 영화 속의 장면은 결코 아니다.
한 일본만화의 주인공처럼 생긴 사내 아이가
하얀 눈이 내린 어느 날 집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그가 사랑하는 여자아이 집 앞에서 그녀를 부르는 모습.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사랑은 아니겠지만
가능하다면 좀 더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사랑하는 연인이 함께 살고자 하는 맘과는
분명히 차별이 있어야 한다.)
원인은 유아기의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렸을 때부터 이성에 별 관심이 없었을 뿐더러(진짜닷!)
무덤덤했던 난 쉽게 만화책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장면들을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소년기를 보냈고,
결국은 지금에 와서야 그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오늘 늦게 집에 돌아와서 가볍게 라면을 먹고 있는 중에
그 수영을 같이 했던 여자 아이한테 전화가 왔다.
이 근처에서 12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집까지 바려다 달라는 것이었다.
뭐 특별한 일이 없던 나는 '그러지'라고 가볍게 얘기를 하였고,
12시가 되어서 그 호프집 앞으로 나가서
그녀를 집까지 바려다 주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