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은 무척이나 겨우너틱 해서
날라다니는 것을 그냥 손으로 가볍게 잡으면 잡히고,
날라가다 벽에 부딪히고...
정말 겨우너틱할 뿐이다.
하지만 난 이 녀석을 죽이거나 생체실험따위는 하고 있지 않다.
그냥 공존하고 있다.
예전에 성훈이 지난 집주인이 버린 쌀에 있는 벌레들을 보며 말하기를...
"얘네들 죽여서 뭐하냐~ 서로 돕고 살아야쥐..."
이말이 가슴에 남는다.
이 하찮은 미물이 내게 어떤 큰 고통은 주지 않기에
그냥 내버려 둔다.
그리 혐오감도 생기지 않고, 더럽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한 밤에 홀로 있을 때 문득 외로워질 때면
이 바부 멍충이 파리 하나의 날개짓 소리가
무언가 내 옆에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게 이 파리는 내게 의미가 되어
목숨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나 역시 그 파리에게 그만큼의 대가를 주고 있다.
방을 충분히 지저분하게 만들어서
그가 이 방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비록 허술하지만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