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소리에 놀라 잠을 깨고, 삐삐 진동에 설레여하고,
비록 오지 않을 삐삐지만 기다려지는 삐삐가 있지 않을
까. 사흘을 기다려서 온 삐삐에 기뻐해하는 그런 나 이
기에 난 삐삐가 올때마다 설레인다.
그것이 누가 친 삐삐이든, 나에게 삐삐를 칠 수 있는
조금이나마 나를 생각했다는 것에 고마워하는 나이고싶
다. 그 사람이 나에게 이별을 이야기해도, 잠시나마 나
를 생각했다는 것에 고맙다. 그 사람이 나에게,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삐삐를 쳤어도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
에 고마워한다.
한 다발의 꽃보다, 특별치 않은 선물보다 삐삐가 나의
마음을 더욱더 설레여하는 건, 내가 살아있음을 지각하
는 사람이 있어서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