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제 기간.. 느낌.. 헛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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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kids ( Hit: 169 Vote: 2 )

나른한 오후가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내가 그의 공연을 보러 가는 것에 그가 기뻐해줄 것이라
믿었었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당연히 그러리라 믿었던 것이 내 화근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공연,
나를 기쁘게한 건, 그의 공연 모습이 다른 사람보다
나았다고 내 나름대로 판단했고, 그의 공연 모습에서
나를 끄는 무언가가 존재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보였다.
출연자 소개에 따라 나는 그에게 꽃을 주러 나갔고
마음 뿌듯함을 느끼며 천천히 한발두발 계단을
걸어내려갔다.

그때였다. 관객석 맨 가장 자리에 앉아 있던
우리 학부장, 중간 쯤에 앉아 있던 상수라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난 내려가다말고 갑작스레 멈칫했고, 순간 내가 아는
사람에게 꽃을 맡기고 빠져나오려 했다.
나 삐삐왔거든.. 아마 운영실일꺼야. 나를 찾는
걸꺼야. 나 먼저 가야되겠구나..

말을 마치자마자 무대에서는 꽃다발을 줄 사람들은
올라와서 꽃을 주라는 , 나에게는 가혹한
일이 벌어졌다. 순간 나에게 밀려오는 현기증...

무대에 올라섰다. 한발 다가설때마다 그에게 꽃을 주러 올라온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객석은 탄성이
터져나왔고, 한 사람에게 간 꽃은 이미 무대에 올라온 공연자
의 수보다 많아질 무렵이었다.

애써 웃음을 지으며, 백합과 안개가 섞인 꽃다발을
그에게 던지듯 주고 종종 걸음으로 무대를 내려왔다.

난 바쁘다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들고는 이내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오늘 나는 과연 무슨 일을
한 것일까..

사람들을 헤치고 나오는 길목에서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이미 날은 어두워져있었고, 학교는
학술제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였고, 바람은 차가웠다.

다산관에서 전자계산소까지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 애써 웃으면서 걸어왔다. 누군가 나를 알아볼까봐
고개를 푹 수그린채 잔디밭을 지나 인마상 앞을 지나
전자계산소로 들어왔다.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다고 했던가...

이미 그는 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다시 담배 한 개피를 집어 들었다......

- 생활 속의 작은 기쁨을 그대에게..주연.-


본문 내용은 10,44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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