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직접 말씀 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글로 남기고 떠나는 이 못한 자
식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누군가 제게 '당신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때
전 항상 이렇게 답합니다.
'예. 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이죠.'
전 항상 제 힘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모님께서 제 학비를
대 주시는 것 염치없는 짓이고 또한 먹여 주고, 제워주는 것 역시 그
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성인이 되면 제 힘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제 스스로 살고 싶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그 3월의 일을 기억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3월 어느 날 밤 제
가 부모님께 '저 집을 나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던 일 말입니다.
그 때 일은 순간적 생각에 말씀 드린 일이 아니었고 제가 고등학교 시
절부터 내내 생각해 왔던 것을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그 일은 실패했고, 전 다시 따뜻한 부모님의 품속에서 제 의지를 잊
은 채 안락하고 평이한 생활과 타협하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금 생각을 해 봤습니다.
과연 내가 무엇인가...
저는 자신이 있습니다. 제 힘으로 제 혼자만의 힘으로 제 미래를 만들
어 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께서 보시기에는 너무도 나약하고 너무도 세상을 모르는
아이처럼 제가 느껴진다는 것 역시 이해합니다. 하지만 마르셀 프루
스트는 이렇게 말을 하였죠. '인간은 극대화된 고난을 경험함으로써
비로소 고난이라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전 제가 지치고 힘들어 다시금 현실과 타협할 가능성 역시 인정합니
다. 하지만 직접 제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과 온실 속
의 난초처럼 보호 속에서만 사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러기에 저는 도전해 보는 것입니다.
두서없이 쓴 글이기에 미흡한 점 많지마는 제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셨
으리라 믿습니다.
종종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찾으려 하시지 마시고 항상 저를 지
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부모님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제 힘으로 살기 위해
도전해 보는 것임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여타 10대들의 가출과는 다름을 부디 인정해 주시기를 더불어 부
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