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부모님전상서

작성자  
   achor ( Hit: 166 Vote: 5 )

부모님전상서

우선 직접 말씀 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글로 남기고 떠나는 이 못한 자
식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누군가 제게 '당신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때
전 항상 이렇게 답합니다.
'예. 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이죠.'
전 항상 제 힘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모님께서 제 학비를
대 주시는 것 염치없는 짓이고 또한 먹여 주고, 제워주는 것 역시 그
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성인이 되면 제 힘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제 스스로 살고 싶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그 3월의 일을 기억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3월 어느 날 밤 제
가 부모님께 '저 집을 나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던 일 말입니다.
그 때 일은 순간적 생각에 말씀 드린 일이 아니었고 제가 고등학교 시
절부터 내내 생각해 왔던 것을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그 일은 실패했고, 전 다시 따뜻한 부모님의 품속에서 제 의지를 잊
은 채 안락하고 평이한 생활과 타협하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금 생각을 해 봤습니다.
과연 내가 무엇인가...
저는 자신이 있습니다. 제 힘으로 제 혼자만의 힘으로 제 미래를 만들
어 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께서 보시기에는 너무도 나약하고 너무도 세상을 모르는
아이처럼 제가 느껴진다는 것 역시 이해합니다. 하지만 마르셀 프루
스트는 이렇게 말을 하였죠. '인간은 극대화된 고난을 경험함으로써
비로소 고난이라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전 제가 지치고 힘들어 다시금 현실과 타협할 가능성 역시 인정합니
다. 하지만 직접 제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과 온실 속
의 난초처럼 보호 속에서만 사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러기에 저는 도전해 보는 것입니다.

두서없이 쓴 글이기에 미흡한 점 많지마는 제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셨
으리라 믿습니다.
종종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찾으려 하시지 마시고 항상 저를 지
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부모님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제 힘으로 살기 위해
도전해 보는 것임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여타 10대들의 가출과는 다름을 부디 인정해 주시기를 더불어 부
탁드립니다.

조만간 연락 드리겠습니다. 걱정하시지 마시기를 끝으로 당부합니다.

'나는 내 운명의 주재자요, 내 영혼의 주인이다.'
- 윌리엄 헨리

1996년 9월 9일
불효자 올림

본문 내용은 10,41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c44_free/5828
Trackback: https://achor.net/tb/c44_free/5828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28156   1482   56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   댓글들에 오류가 있습니다 [6] achor 2007/12/0856479
17535   lhyoki(김성훈)에게... hywu5820 1996/08/17166
17534   [eve] 아처야...너 영어강독.... 아기사과 1996/08/20166
17533   [타락] 비가 온다..오랜만에 반갑군... godhead 1996/08/21166
17532   [인시기/문자화랑] 멋찐 문자화랑 roaring 1996/08/22166
17531   [타락] 내 접속 시간은... godhead 1996/08/31166
17530   [나뭐사죠]아..몰라따... 전호장 1996/09/02166
17529   와우.. 오늘 락카페 갔다. tlight 1996/09/06166
17528   (아처) 부모님전상서 achor 1996/09/09166
17527   =친구= 암. aram3 1996/09/09166
17526   [타락] 오랜만에 보는 머릿말이지?? ^^ 테라스 1996/09/09166
17525   [短想2] 나는 존재하는가..... neko21 1996/09/15166
17524   [短想4] 무관심 neko21 1996/09/15166
17523   [번개]얼굴 좀 보자~ pupa 1996/09/19166
17522   [비회원] OOOOPS의 글을 읽고....... 외침 1996/09/22166
17521   [whale]드디어 연휴가 시작..... thorny 1996/09/26166
17520   [필승]지금 성대당 이오십 1996/10/04166
17519   (아처) about 9629, 9630 achor 1996/10/05166
17518   [Neko] 종착역... neko21 1996/10/10166
17517   [부두목] aram3귀신(?) lhyoki 1996/10/10166
    556  557  558  559  560  561  562  563  564  565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