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나는 괜찮은 사람", "이치를 알고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심
리 상담은 긍정적인 자아 정체감을 가지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온갖 용서받지 못할 죄악들
이 그토록 악의 속에서, 혹은 극심한 양심의 갈등 속에서 저질러졌을까? 유대인을 학살하
던 독일인, 마루타 실험하던 일본군인, 그리고 인디언 학살하던 미국 백인 빈민들이 과연
자기를 모질고 비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양심에 가책을 느꼈을까? 아니면 우리
와 같은 느낌이었을까?
2. 전에 내 친한 친구 중에 누가 철없이 경험 삼아 성을 사러 가자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마치, 조숙한 그가 순진한 나에게 당연히 해야될 말을 한다는 투였다. 하지만 단언
하건대 순진한 것은 그이지 내가 아니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것은 그요, 그네들이다.
사람들이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돈 벌려고 철없이, 그러나 자발적으로
성을 판다”는 것이다. 자발적 성매매가 그다지도 많은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단란주점은 “자발적” 성매매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왔다 해도 일단
한 번 발을 들여다 놓으면 노예나 마찬가지다. (또 당신이 현명하다면 현장활동가의 말
과 스포츠신문의 말 가운데 어디를 믿겠는가?)
원하지 않는 손님과도, 또 원하지 않을 때에도 성을 팔아야 한다. 그렇게 강제하는 수단
(폭력, 윽박지름, 빚 따위)이 포주에게 있다. 그리고 모든 행동에 감시인이 따라붙고, 또
핸드폰 통화내역까지 포주가 조회할 수 있도록, 포주 자신이나 깡패들 명의로 만든다. 벗
어나기 위해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 국가가 현행 윤락행위방지법조차 적용하려 하지 않
기 때문에, 경찰들은 기껏 포주한테 성 상납 받으면서, 포주가 만들어 놓은 차용증서 빌미
로 도망간 “언니”들을 잡아다 줄뿐이라고 한다. “언니” 한 사람이 한 달 포주에게 벌
어다 주는 돈은 2000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유흥가에선 포주들뿐만 아니라
깡패들도 검은색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고. 그런데도 언니들에겐 빚만 늘어간다. 그리고는
노예처럼, 아니 노예니까 더 저급한 업소로 팔려간다고 한다. 그게 다섯 계단 정도의 위
계 서열이 있는데 종착지는 섬이라고 한다. 또 빚이 늘면, 포주가 빚을 갚으라고 협박하면
서 아니면 친구 하나 데려와서 빚을 반으로 나누라고도 위협한다. 그리고 국가는 현행 윤
락행위방지법에 의거한 공권력조차 행사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경찰과 포주
가 합작해서 언니들을 노예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공공적 지배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
은 이렇다)
말할 필요도 없이 구매하는 남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적어도 언니들의 비참한 처지
에 공감한다면, 이걸 해결하려고 어떻게 해보진 못하더라도 자신은 성을 사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윤리적인 의무일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자아 정체성이 얼마나 긍정
적이건, 우리가 하는 행동은 홀로코스트에 가담하던 독일 소시민과, 또 자유 흑인을 테러
하던 북부 백인 빈민들과, 인디언을 학살하던 서구 학살자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런 당신
은 윤리적이지 않다: 마르크스의 외침처럼 “그건 바로 너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