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Tokyo Lovestor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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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객기 ( Hit: 271 Vote: 33 )


참가자 아흔 세 명 중에서 유일하게 일본 외부의 학교를 다니는 인간...
한국인 참가자 세 명 중에서 유일한 학부생...

난 그래서 본의 아니게 한국인 대표가 되었다...

동경대 앞 하숙집에서의 백세주란...

한국어는 고사하고 영어도 한 마디 안 통하는 집 주인과의 어설픈 대화...
"고레가 아리가토 프레젠토데스. 강코크노 젠토 호슈데스. 도조 요로시크"

보름 남짓의 짧은 여행 동안에...
난 참 많은 짓을 하고 다니는구나...


비빈빠...

일본 사람들은 참 고추장을 특이하게 쓴다...
많이 쓰긴 하는데, 정말 조심스럽다...
조금 넣고 또 넣고, 조금 넣고 또 넣고...

날 보고 묻는다...
"긴상와 고츄잔노 호토데스까?"
난 그런다...
"사아..."

언제나 그랬듯이...


줌 카메라였으면 좋았으련만...
차라리 그 수동카메라가 잘 되면 더 좋겠지만...
35mm 아사히 펜탁스 자동 1990년식...

그 카메라로도 난 경주를 담을 수 있었으니까...

내 가방에 들어있는 짐이란...

여행동안 갈아입을 옷가지...
세미나에 필요한 자료...
워크맨과 소형 녹음기...
그리고 테이프 두 개...


일본 사람들에게 담배가게 아가씨를 들려주기로 했다...
"우리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아네~"

솔직히 국회의원이 왜 세미나 가서 잘 노는지 알았다...
17m짜리 풀장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특급호텔...
주변에는 가마쿠라를 비롯한 관광지가 널렸고...
무엇보다 바로 그 동네가 바닷가라는 사실...

말이 4만엔이지...
이건 장난이 아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이러다 맨날 해외로 피서가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난 이기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집 근처엔 또래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듯이...

난 항상 나보다 나이많은 사람들과 부대껴야 했다...
정말 귀찮고 싫었다...

그래서 그거 벗어나려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믿지 못하겠지만...

그 때부터 난 싫은 것을 먼저 한다...


난 내 약점을 너무나 잘 알지만 고치지 않는다...
어느 경우엔 너무 둔감해서 잊고 지나치기도 한다...

내가 조기졸업을 하는 진짜 이유는 내가 공부하는 게 싫어서고...
내가 인문학에 광분하는 이유는 내가 그 학문을 경멸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난 그렇다...

난 싫은 사람에게 내놓고 싫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 말을 하는 순간...
난 그 사람에게 실망하고 만다...
그러면 난 두 번 다시 그 사람을 보지 않는다...


난 언제나 용서한다...
하지만 그 용서가 남들에게는 저승사자의 그것같이 보이나보다...
"긴상노 젠슈와 샤프도 잔타루데스..."

솔직히 그런 것도 이제는 유치하고 짜증스럽다...
전엔 그런 것에도 꽤나 신경을 썼지만...
이제는 신경하나 쓰기 싫다...
모든 건 내 공력 낭비다...

애틱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진실은 단순간단명료하지... 잔인할만큼...
사랑이 떠난 이상 잊어버리고 즐겨봐..."


요즘 칼사사에 부쩍 외부인들의 출입이 잦아진 것도 다 그 때문이리라...
이건 아처와 구니의 대사건 이래 간만이다...

난 여자를 만나면 늘 그녀의 조건을 살피곤 한다...
외모, 몸매, 가정환경, 재산, 형제자매, 학벌, 종교, 기타등등...
그리고 늘 그 결과를 놓고 저울질하며 계산하곤 한다...

내가 여자친구가 없는 건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나도 솔직히 다른 사람 못지 않게 섹스 좋아하고...
때로는 지나가는 '쥐지배'를 강간하고 싶을 때도 있단 말이다...

하지만 절대 외부에서 보는 사람들은 내가 그러는 건 꿈도 꾸지 않는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벨로르도 나 때문에 무척 많이 울었을 거다...
사실 난 해준 게 없으니...
거기에 이기적이고, 막판 스퍼트 역시 압권이었지...

난 내가 사귀었던 몇 안되는 사람들에게는 화를 낸 적이 없다...
화내면 스스로도 무서운데 어찌 다른 이들에게 그 모습을 보이랴?
(내가 화내는 건 칼사사 사람들도 본 적이 없군... 아직은...)

그거 봤으면 날 정말 무서워했겠지...
하지만 난 그러지는 않는다...
내 여자를 위한 최상의 서비스...


하지만 내가 그녀에게 실망하는 순간...
난 그녀를 두 번 다시 보지 않는다...
(그건 그녀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대인관계에서도 적용된다...)

벨로르에게 난 이미 오래전에 삼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날 계속 만났다...
내 진심을 본 탓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녀를 두 번 다시 볼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난 그녀에게 최선을 다 했다...
그녀의 진심을 보았기에...


진실은 간단했다...

난 벨로르를 사랑하다 못해 집착했으며...
그녀를 한시라도 빨리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게다...

지금?
감정적으로는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한다...
아마 그건 내 죽음까지도 함께 할 수 있다... 충분히...

하지만...
내 차가운 머리는 이미 그 감정을 눌러끈 지 오래다...
내 기억 속에는 이미 그녀의 자리는 없다...


난 그녀에게 기다리겠노라 했다...
하지만 난 그녀를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인을 생각한다...
그게 지금의 나다...

이제사 난 나를 보고 있는 게다...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내 본 모습을 보고 있는 거다...

나도 의외로 널럴하고 자유분방하다...
나도 귀찮은 거 싫고 남들처럼 늘어진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그걸 안 할 뿐이다...


내 이기적이고 광적인 성격 덕분에...
무엇보다 내 특유의 그 엄청난 의심과...
게시판의 장문에 글에서 나타나는 절제 덕분에...

난 대단히 냉철한 줄 아는데, 그것도 아니다...

유동근이 말한 대로, 나도 내 컴플렉스에는 참 할 말이 없다...
난 그걸 말하는 대신 게시판에 글을 쓸 뿐이고...

솔직히 동경에서든, 쇼난에서든 섹스를 하고 싶다...
이 나이에 아직까지 섹스리스라는 것도 웃기지만...
섹스에 광분하면서 마스터베이션을 죄악시하는 것도 참 좆같다...


이젠 나도 내 스스로에게 좀 솔직하고 싶다...

평범할지 화려할지...
내 인생의 결론은 좀 두고봐야겠지만...

적어도...
모두가 아닌 내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많아진 것 역시 사실...

ps. 난 사랑하기까지는 참 많은 걸 따지고 계산하며 노린다...
하지만 사랑하는 순간, 모든 조건 대신 난 내 목을 건다...
단무지한, 천박하지만 열렬한, 그게 내 사랑법이다...
장난? 진실은 단순간단명료하다... 정말로...


본문 내용은 8,59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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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