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글

작성자  
   ziza ( Hit: 235 Vote: 40 )

참 웃기는 일이지.
내 스스로 삼킬 수 없는 힘든 일이 있을때마다
난 어쩔 수 없이
여기 이곳에 쏟아내려 하니까 말야.
그래도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내는 나라서
그나마. 다행이야.

아빠가 아파.
휴가 첫날 병원가셔서 사흘동안 검사를 받으셨고
지난 월요일 다시 입원하셔서 이틀을 지내시고
어제 수술하셨어.

아빠가 아파서 나도 아파.
내 아빠라서 아파.

처음 병원가신날 난 아무 생각이 없었어.
그저 늘 그랬듯 아빠의 건강염려증이 심화된거라 웃으면서
넘겼거든.
그런데 밖에 기다리던 내게 엄마의 얘긴 내 세상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지.

아빤 너무 씩씩하셨어.
그래서 아빠가 원하시는대로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것처럼
며칠을 아빠와 함께 지냈어.

밤이 되면 더할 수 없는 슬픔과 절망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아빠 아시면 더 힘들어하실까봐
샤워할때만 눈물을 허락했어.
하루종일 기도만 했어. 맘속으로.
절대 아빠를 보낼 수 없다고
지금은 안된다고.

북유럽 여행도 취소했고 전화도 받지 않고 얘기도 않고
살아.
아빤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아 하셔.
내가 아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꺼야.

검사 받으시고 집에 나흘 계시면서
아빤 아무렇지 않은척 지내셨어.
쇼핑도 가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여행을 취소하게 되어서 너무너무 미안해하셨어.
그런 아빠를 볼때마다 너무 아팠어.

아빤 내가 결혼하길 원하시지.
내가 당신 생에 마지막 책임이래.
나만 아니면 다른건 별로 걸리지 않는대.

4년전에 사직동 일로 대검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으셨어.
설명하고싶지도 않은 이유로 아빤 며칠을 피해있으셨고
청문회를 끝으로 대충 마무리가 되었지만
그 일은 아빠의 인생에 큰 타격이 되었을꺼야.
오죽하면 그 충격으로 병이 나지 않았나 생각하실까.
그때도 난 아무렇지 않은척 아빠랑 얘기하고 농담하고 그랬어.
그때도 아빤 내가 연주회를 포기하지 않길 바라셨지.
지금처럼.

좋아하던 사람과 헤어졌어.
아빠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야.
물론 그게 다는 아니지만 그러고 나서 한달을
바보처럼 살았어.
내가 살 가치가 있을까.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별로 살고 싶지 않은데.
그러면서 가족과 친구와 세상과의 문을 닫고
내 스스로 안에 날 가두었더랬어.
한달쯤 내 인생이 내것만은 아니란걸 알았지.
아직도 나에대한 회의가 떨쳐진건 아닌채로 살다가
지금.
그런 생각조차 나에겐 사치란걸 알아.
그 무엇에 대한 욕구도
그 누구에 대한 감정도
씻은듯이 사라져버리고
가슴 저편의 아픔만 생생해.

아빠가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어.
남은 6개월간 아빠가 아빠생에서 지켜왔던
원칙대로
당당하고 꿋꿋하고 강하게
견디셨으면 좋겠어.
빨리 일어나셨으면 좋겠어.
자존감 버리지 말고 스스로에 대해 비참해하지 말고
다시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어.

내 세계가 무너지는 것
내 울타리가 사라지는 것
그것보다
아빠의 삶이 이대론 너무 가여워서 안된단 말야.
절대 안돼.

빨리 결혼할꺼야.
당신이 원하는 일이면 뭐든 할꺼야.
누구와 하든
당신이 허락하는 사람이면 난 행복해할꺼야.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어.절대.

본문 내용은 8,65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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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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