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끄적끄적 92 0007 섹시해 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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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302 Vote: 12 )

입추도 보냈고, 말복도 보냈다.
이제 남은 건 처서. 처서만 지나면 완연한 가을이다.
나를 그토록 연연하게 했던 2000년의 여름은 기어이 가고 말았다.
나는 이상하게 2000년의 여름에 아주 열광하고 있었다.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매년 찾아오는 여름인데 말이다.

지난 해 이맘 때 즈음,
말 없이 찾아온 가을은 나를 아주 우울하게 만들어 놨었다.
그래서 더욱 2000년의 여름에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왔던 그 날은 처서였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홀로 MTV를 통해 Summer's Over를 들었다.
가족이 어디 다녀왔었는지 댕그러니 남아있던 김밥을 주어 먹으며
나는 여름이 가고 있는 쓸쓸함을 절실히 느꼈었다.

다시 처서가 찾아온다. 1년이란 시간을 지나.
그 아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올 여름 나는 섹시해 지고 싶었고,
또 내 바램대로 한국은 섹시함의 열풍이었다.
누구라도 더욱 섹시해 지기 위해 발버둥 쳤고, 나도 그랬다.

나는 결국 섹시해 질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다.
올 여름 내내 섹시함에 깊은 관심을 가진 덕택에.

우선 섹시함은 다름 아닌 상체에서 기인한다는 사실.
아무리 미니스커트를 입든, 숏팬츠를 입든
그건 상관이 없다.
중심은 얼마나 상체를 많이 노출했는가에 있다.
보일 듯 말 듯한 가슴이라면 완벽하다.
배꼽이 살며시 보이면 더욱 좋다.
그러나 아무리 짧은 치마나 바지라도 긴 소매의 의상은
결코 섹시함과 거리 멀다.
'너 정말'을 부르는 김현정을 보라.
나는 그렇게 노출을 하고도 그렇게 안 섹시한 여성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섹시함은 역시 말 그대로 섹스와 깊은 연관이 있었다.
내가 보기엔 섹스를 해보지 않은 여인은
결코 섹시해 질 수 없다.
무엇이 섹시한 건지 알 수 없기에.
섹스는 여성에게 적당한 자신감과 부끄러움으로부터의 탈피를 가져다 주나 보다.
사실 별 것도 아닌데 이유 없이 부끄러워 하는 여성을 본 적은 많다.

나는 올 여름, 이 두 가지.
섹시함의 핵심적인 요소를 깨달아 버렸다.
내년에는 세상이 더욱 섹시해 졌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

어쨌든 여름도 가고, 섹시함도 가고,
또 내 젊음도 가고 있다. 젠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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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아처/] 진단서를 끊으며...
올린이:achor (권아처 ) 00/07/13 15:59 읽음: 24 관련자료 없음
일이 생겨 진단서 하나 끊으러 갔던 까치산역의 한 병원.
아주 친절해 보이는 의사는
2주만 끊어달라는 내 요구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기관지가 상당히 나쁘긴 하지만
특별히 아픈 곳 없이 2주 끊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웃기지 마쇼. 당신, 돈만 주면 다 끊어줄 거 아니요?
보아하니 손님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소.
잔말말고 빨리 2주짜리 하나 끊어보오.

그리하여 얻은 2주짜리 진단서 한 통.
그렇지만 특별히 아프지도 않은 나는
주사를 강요받아야 했고, 약까지 타오게 됐다.

아프지도 않은데 왠 주사며,
의약분업 실시이거늘 왠 약이오?

그렇다면 아프지도 않은데 왠 진단서입니까?
게다가 의약분업은 한 달간의 유예기간이 있지 않습니까?
좋은 게 좋은 것이지요.

세상도 이렇고, 나도 이렇다.
나는 이토록 느끼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의사는
자신이 진단서 제조기가 아니라 정말 의사라며 항의하듯 덧붙여 줬다.

손님 기관지가 상당히 안좋으니
담배는 절대 금하시고, 차가운 에어컨 바람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허허.
내 근로조건은 참으로 최상이로군.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이제는 두 갑이 넘어가는 담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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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