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 앞 건널목에서 M을 만났다. 바람이 옷깃을 심하게 날리는
그 횡당보도 한 가운데서 난 M을 봤고 그는 여자 친구와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는 날 알아보지 못했으며 그녀 역시 날 알아보지 못했다.
M은 내가 입학할 당시 처음으로 좋아했던 선배다.
큰 키에 스마트한 외모, 학교 신문 기자 였던 그는
어린 내가 보기에 참 괜찮은 사람인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봄답사에서 그가 내생각만큼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더 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참 많이 어리숙했구나 하는 생각. 부끄러운 기억들...
이제 더 이상 맑지도, 진리나 진실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찌들어 있지만,
난
가끔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라일락 피던 범은정, 문학관 오르막길의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소리만 시원했던 상대 폭포, 학술제 미팅 갖고 밤늦게 걸어봤던 교정,
도서관에서 내려다 보이는 한강 줄기...
그리고 농구 코트에서 농구하던 그의 모습들...안타까움, 그리움...
그런 감정의 앙금들이 켠켠이 쌓여 그 때를 그립게 한다.
아니, 나는 지금 봄을 그리워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