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마광수 씨의 에세이를 언뜻 본 적이 있다. 우연히
펼친 부분이 이에 관한 것이었는데 내가 해석한 바를 한 번
옮겨본다.
우리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랑은 항상 한 사람의 죽
음으로 결론 내려지곤 한다. Love Story,를 봐도 그렇고, 소
나기,를 봐도 그렇다.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영원한 사랑은 정말 이 세상에 없
을 지도 모르겠다. 情, 혹은 집착 따위의 것들이 아름답게
화장하여 뒤집어쓰곤 마치 영원한 사랑인 척 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Love Story도 소나기도 그 외 다른 죽음으로 끝나는 사랑
의 이야기도 그 사랑이 한풀 꺾이는 권태기 이전에 한 사람
이 죽음으로써 결말지어진다. 곧 그들은 권태기를 겪기 이
전, 그러니까 처음 모두들 환상에 사로잡혀있을 때, 가슴 뭉
클한 사랑의 감정을 짙게 느끼고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이별
하게 되는 게다.
그러하니 그 이별이 무엇보다도 가슴아플 수밖에 없다. 아
직 못 다한 사랑의 미련, 게다가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깊은
아쉬움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은 결코 잊지 못하는 사랑의 기
억으로 떠나간 사람을 가슴속에 묻을 수밖에 없는 게다.
그리하여 소설이든 영화든, 죽음으로 종결짓는 게 얼마나
식상한 이야기인지 알면서도 그것만큼 가슴 찡한 결말이 없
기에 그럴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2. 베드씬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가끔 영화를 보다보면 이 장면은 왜 넣었을까, 하는 의문
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런 것 중에 하나가 짙은 베드씬인데
포르노나 3류 에로물이라면 그것이 목적일 테니까 상관없겠
지만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럴 수밖에 없을 지 조금 의문이 들
었었다.
간단히 생각하면 섹스하게 되는 과정까지 그려 넣은 후에
관객의 상상에 맡긴 채 굳이 영상으로 잡지 않아도 될 것 같
다. 그런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는 걸 깨닫는다.
마치 평범한 일상의 대화와 같은 게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섹스 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이다. 그러
니 그걸 굳이 숨기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 되어버리
게 된다.
그렇지만 길게는 인물의 한 평생을 몇 시간 안에 담아야하
는 영화에서 모든 평범한 것들을 다 보여줄 수는 없다. 그러
니 분명 감독은 베드씬을 의도했다.
상업성을 완전히 부인할 순 없을 것 같다. 다른 사람은 모
르겠지만 난 만 18세 이상 등급의 영화를 봤는데 야한 장면
이 안 나오면 열받는다. 한마디로 돈 아깝다. --+
그리고 감독 자신이 섹스를 보다 특별한 일로 생각하고 있
을 수도 있다. 감독이 너무 심각한 폭탄이라서 어느 여자도
자주지 않으려 했을 때 비관해 있던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서
라도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
그러니 아마도 영화에서의 베드씬은 약간의 상업성과 약간
의 콤플렉스, 그리고 당연한 일의 적절한 결합으로 생각하면
될 것도 같다.
분명 베드씬만의 역할이 있다. 만약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서 베드씬은 없고 말로만 야하게 떠들어댔다면 아무도 영화
에 공감하지 못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