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땐가부터 어떠하냐는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가 무슨 장점을 가졌던, 그가 어떤 싫은 점이 있던,
현재 난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난 그것을 이해했으리라는 생각이 든
다.
혹자는 이렇게도 얘기한다.
" 넌 참 나하고 잘맞어. "
언젠가 사랑하는 사이는 서로 성격이 비슷해야만 오래 간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 이후, 사랑하는 사이는 성격이
비슷하기 보다는 이빨이 잘 맞아 돌아가는 톱니와도 같은 성격
차가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톱니는 맞추
기에 따라서 어긋날 수도 있고, 이가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요즈음에 생각이다.
情. 사랑에 있어서 차지하는 위치는 얼마나 될까.
누군가가 자신의 그림자를 단지 정때문에 계속 붙들어 주고자 한
다면 과연 그사랑은 연민, 그이상의 무엇이라고 말할 수가 있을
까. 사랑이 식어버린 정때문에 함께하는 커플이라면, 그것이야
말로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 정이 아닐까 한다.
사랑은 관성이라는 혹자의 말에서도 나타나 있지만, 정이라는 것
이 실제로 큰역활을 하는 것은 무시하지 못한다. 함께한 기쁜 기
억, 슬픈기억들이 이별뒤의 회한으로 남아서 가슴을 아리게 하는
이유도 그렇기 때문이지 않을까.
헤어짐의 순간에서 느꼈던 아쉬움의 이면에는 또다른 차가움이
있었다. 문득, 저 아이라면 어땠을 까 하는 물음이 솟아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차이는 시간의 장단
일뿐인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책임져야 하는 대가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