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새]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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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시 화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덧붙임=> 나 자신을 보고 있다.

세상일에 초연해져가는 나

적당히 차이고 타협하여

어느정도 세상일에 익숙해진 나

어린 시절의 나에서

세상의 향기에 알맞게 다듬어진 향기로

채 물들지 않은 것들은

나의 맘에 영구히 담던가 역시나 세상에 물들어 가겠지.

그리고 그런 나의 순수한 무채빛 향기를

유채로 바꿔놓는다.

하지만 무채만이 순수한 것인지..

무채만을 뒤쫓으며

순수하길 갈망했다.


내 앞에 또다른 내가 있다.

넌 나를

무채색같은 유채로

바꿔주리라.

내 앞의 넌.









본문 내용은 9,35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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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