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언뜻 신문에서 "청바지 입은 여자는 강간할 수 없
다!"며 강간 사건이 기각되어 여성단체들이 항의했다는 외국
의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정말 그 자가 강간을 했는지 안
했는지 나로선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왜 그 기
사가 아직까지 내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걸까? --;
물론 나같이 순진하고, 순수하고, 순박한 사람이 청바지
입은 여자를 강간해 본 경험은 없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여러 정황들을 미루어 생각해 보도록 하자. 기호는 사건해결
의 열쇠라고 하지 않았던가. --+
우선 그녀가 힙합 스타일의 청바지를 입었었다고 가정한다
면 문제는 쉽다. 그런 청바지는 벨트만 조금 풀려도 후르르
륵, 마치 양파 껍질이 까지듯 바지가 벗겨지지 않는가. 그렇
지만 문제는, 기억에 의하면 그녀의 나이가 20대였던 것 같
은데 특별히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나이 때까
지 힙합 청바지를 입을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기타 다른 청바지를 입었다고 다시 생각해 보자.
난 눈을 감고 상황을 가정해 본다. 남자는 어떻게 해서든지
벗겨 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하겠고, 여자는 크게 저항한다.
뜻대로 되지 않아 열받은 남자는 여자를 구타한다. 가슴을
얻어맞은 여자는 잠시 정신을 잃는다. 남자는 유유히 여자의
청바지를 벗겨 낸다. 이것도 법원에서 "청바지 입은 여자는
강간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엔 너무 쉽다. 또 다른 무언가
가 있을 게다.
좋다. 그렇다면 마지막 수단. 그녀는 쫙 달라붙는 스판 소
재의 복고풍 청바지를 입고 있었던 게다. 나한테도 이런 청
바지가 하나 있는데 도무지 쪽 팔려서 입지를 못하겠다. --;
게다가 이 놈의 바지는 입을 때나, 벗을 때나 왜 그리 불편
한지... 일어서서 이 바지를 입거나 벗을 때면 반드시 난 콩
콩 뛰다 쿵하고 쓰러지고 만다. --;
법원같이 공신력 있는 기관의 판결내용이었으니 많은 조사
를 했을 게다. 아마도 번역의 문제였나 보다. 원문은 "쫙 달
라붙는 스판 소재의 복고풍 청바지를 입은 여자는 아무리 애
를 쓰고 벗겨 보려 해도 벗길 수 없다!"였는데 단순한 기자
들이 대충 청바지 입은 여자는 강간할 수 없다고 해 버렸는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하므로 마지막 한 가지 가
정을 더 생각해 보기로 하자. 생각을 청바지에 고정시켜선
안 된다. 사건해결은 외적 요인에 있는 경우도 있으니 눈을
크게 떠야 한다.
혹시 그녀가 거들을 입었던 건 아니었을까? 거들은 [쫙 달
라붙는 스판 소재의 복고풍 청바지]보다도 더 안 벗겨질 것
같다. --+ 그런데 기사가 청바지로 난 것은, 외국으로 나가
는 기사에 "거들은 벗길 수 없으므로 거들 입은 여자는 강간
할 수 없다!"고 표현된다면 국가적으로 쪽 팔릴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청바지로 대체표현한 건 아닐까? --+
아무튼 우리는 여러 정황을 통해 그녀는 [쫙 달라붙는 스
판 소재의 복고풍 청바지]나 아니면 거들을 입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사실 강간은 참 힘든 작업이다. 저항을
억누르고 추구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일, 인간으로서 힘든 자
기와의 싸움인 것이다. 이런 수고하는 남자들에게 저항하기
보다는 그들의 땀을 닦아주는 미덕을 발휘하는 건 어떨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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