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챨리]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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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jiri ( Hit: 156 Vote: 1 )


어제 밤 12시 반.. 한참 칼라 대화방서 채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갑자기 툭 끊겨버렸다.

화가난 나는 '꼬진 나우..'하며 재 접속을 시도하려 했는데

전화가 울렸다.. (울집은 통화대기를 신청해놓고 있었다.)

"여보세요."

"나야. **이."

가끔씩 삐삐로 연락하고 만나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약간의 부연설명을 붙이자면 중학교때 이 녀석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의

편지를 썼다가 한 1년 무시당한 기억이 있다.

(물론 이 녀석은 여자고 난 일본서 이 녀석과 같은 학교를 다녔고

지금은 서울에서 서로 다른 대학을 다니고 있다.)

난 이 녀석에게 전화나 삐삐가 오면 반갑다.

좋아했던 기억때문이 아니라 고등학교때 이 녀석을 포함한 여러 녀석들과

꽤 흐뭇한 추억이 있기때문일거다.

암튼..

밤 늦게 전화한 이 녀석은 말을 빙빙 돌려가며 지금 나올 수 있냐고 물었다.

친구들이랑 한 잔 하고 오는길인데 더 마시고 싶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이 녀석은 남자친구가 있는데 막 입대하여 지금 한창 훈련중이다.

나도 술이 좀 고팠던터라 혼쾌히 승락하고 옛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에

부랴부랴 준비하고 나갔다.

밤 한 시 반쯤에 만난 우리는 우선 떡볶이를 한 접시 해치우고

이리저리 술집을 기웃거리다 마땅한데를 잡아 들어갔다.

거기서 한 두 시간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그 녀석 남자친구 얘기.. 지금 연락이 온다는 남자얘기.. 등등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주고 요즘 내가 힘든 얘기도 털어놓으며

허심탄회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누가 여자와 남자 사이에 우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우린 막역한 친구처럼 속내를 털어놓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 뒤에 일이다.

밤 3시를 좀 넘어 술집을 나온 우리는 스티커 사진을 찍자고 이리저리

헤맸으나 그 시간에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러고는 내가 그 녀석 집에 데려다 주겠노라고 걷기 시작했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장난도 치며 농담도 주고 받으며 우린 걸었다.

난 그 녀석을 데려다 주고 택시를 탈 생각이었는데.. 맥주를 마신 난

화장실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잠깐 들렀다 나와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 녀석은 밤 늦게 불렀다가 그냥 보내기 미안했던지 그러라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이제서야 밝히는 거지만 그 녀석은 언니와 같이 자취를 하는데 그 날 언니는

집에 가고 없었다.

암튼 그 녀석의 집에 들어간 나는 경악했다.

여자방으로서 또는 남자방으로서를 떠나 사람의 방으로서 그 곳은

흡사 행성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아수라장이었다..

'흠..' 난 불편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고나서 잠깐 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더니 시간은 3시 40분경이었다.

택시를 타려니 또 할증이 붙을것 같아 지갑을 열어보았더니..

음.. 좀 심각해졌다.

그래서 난 그 녀석에게 버스가 다닐때까지만 있게 해달라고 간청할 수 밖에

없었다..

녀석은 여전히 나에게 미안했던지 그러라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아무리 막역한 친구처럼 막 술 잔을 비우고 온 우리지만 남과 여가 한 밤중에

한 방에 같이 있다는건 묘한 긴장감을 연출시키고 있었다.

음..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려 녀석은 막 세수를 하기 시작했고 난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학교 교과서에 눈을 박았다.

세수를 끝내고 들어오자 또다시 묘한 긴장감이 방안의 공기를 탁하게 했다.

우린 잠깐만 눈을 붙이기로 합의를 보았다.

서로 막 "안덮칠께 걱정하지마." 라는 식의 농담을 주고받았으나

묘한 긴장만큼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았다..

불을 끄고 우린 누웠다. 그것도 한 이불에..

난 일부러 베개를 왼쪽 가슴에 차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하고 엎드려 잠을 청했다.

녀석은 반듯한 자세로 고개만 저쪽으로 돌린체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또 긴장.. 난 잠이 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얼마나 뒤척였을까

쌔근쌔근 거리는 녀석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짜식. 긴장도 안되나 디따 빨리 잠드네.."

잠이 오지 않는 난 몸을 일으켰다.

녀석이 잠든 상태라 불을 켤 수가 없었다.

난 한 쪽 벽에 기대어 잠든 녀석을 암흑속의 희미한 반사광사이로 바라보았다.

학교 PC실 시간이 다돼서 쫓겨나 집에 와서 마저 쓴다.

암튼 난 자는 그 녀석을 한참 바라보았다.

녀석은 꽤 귀여운 편이라 바라보고 있기에 심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심장속 깊은 곳에선 계속된 긴장으로 인해 고동이 빠른 상태였다.

난 애써 태연한척 하려 했으나 내 머릿속에선 이미 선을 넘어선 상상을 하고있었다.


난 안되겠다 싶어 다시 엎드렸다.

이 번엔 배개를 턱에 괴고 앞을 바라보며 엎드렸다.

그러나 내 머릿속 상상은 멈출줄을 몰랐다.

난 안돼! 안돼! 하며 상상속 스크린을 하얀 페인트로 지우고 있었다.

지우면 나타나고 또 지우면 다시 나타나는 영상과 한참을 씨름하던 나는

결국..

결국..









잠이 들었다.


본문 내용은 9,71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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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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