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13번째 13일의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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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67 Vote: 1 )

13일의 금요일... --;
게다가 오늘은 90년 대 이후 13번째 13일의 금요일이라고 한다.

이 서양에서 들어온 '재수없는 날'을
난 참 구리게 시작하게 됐다.

새벽 6시, 슬슬 잠을 청하려 했는데
평소와는 달리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뒤척대고 있을 때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처음엔 내 움직임에서 오는 소리로 착각했다.
그렇지만 귀를 기울여 보니 이건 다른 물체의 움직임이 분명했다.

순간 불을 켰을 때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은
헉...

바로 길이가 10cm가량 되는 돋나 큰 바퀴벌레였던 게다.

자. 다들 상상해 보라.
손가락을 잘라낸 손바닥만한 바퀴벌레를 본 적이 있는가?

그간 我處帝國에서 숱하게 바퀴벌레와 공존해 왔지만
그렇게 괴기스러운 바퀴벌레를 보는 순간에
하나도 안 놀랬다고 한다면 그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우선 옆에 있던 신문지로 그 자식을 강타했다.

명중...

벽에 달라붙어 있는 그 자식은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죽었겠거니 하고 너무나도 신기한 마음에
안경을 찾아 자세히 살펴보려 하는 찰라
이 괴물은 다시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또 한 차례 강타...

크기만큼이나 그는 상당히 강했다.
그토록 강하게 여러 차례 내리쳤으나
그는 강인한 생명력을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은 내장에서 검은 액체를 내뿜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스포츠면에 화려하게 장식된 미셸 콴의 귀여운 얼굴 위에
잔인하게 죽은 그의 모습은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너무도 거대하고 신기하기에 그대로 내버려두고
내일 다시 관찰할 생각에 그냥 다시 누웠는데
허걱!
또 다시 무언가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설마... 하는 생각에 난 내 귀를 의심했으나
분명 나 이외의 생명체의 소리였던 것이다.

그가 다시 살아났을 가망성은 전혀 없다고 믿으면서
다시 불을 켜려는 순간
내 몸 위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느낌이 났다.

다시금 환한 불빛 속에 보인 그 생명체는
으읔...
또 다른 10cm의 바퀴벌레!

젠장!
새벽부터 왠 괴물들이...

불행히도 이 놈은 놓치고 말았다.
불을 켜자마자 이 자식은 재빠르게 도망쳤던 것이다.
한 차례 강타하긴 했지만 역시 끊질긴 생명력으로
꿋꿋하게 내 앞에서 도망쳐 내고 말았다.

13번째 13일의 금요일과
거대한 바퀴벌레의 출현...

음~ 좋군~ -_-;

ps. 중국에서는 최고의 한약에 13이란 명칭을 줬고,
또 한국에서는 조선팔도를 13개로 구분했다는 것으로
13이란 숫자에 대해 동양의 견해를 피력하지만
내겐 무척이나 우중충한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의 어느 가을 날이었을 게다.
난 락에 광적인 친구들 사이에서
GUNS N' ROSES의 November Rain을 듣고 있었고,
그 때 들려온 비보는
한 후배가 동네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 날은 짙은 구름에 해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무척이나 우중충한 날이었다.
또 날만큼 내 기분도 우울했고...

날이 이렇게 침울하게 느껴질 때면
난 그 날을 떠올리곤 한다...

1125-625 건아처


본문 내용은 9,97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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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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