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신을 믿는 존재에게 그에 맞서는 Satan의 존재는 그 믿음에
대한 확신을 더욱 굳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지난 1998년 1월 14일 늦은 시간
연초의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두고선
악마들의 대향연이 벌어졌었다.
이를 공개해 본다.
#1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
바람이 차갑게 불어오는 가운데 태양은 구름에 가려
전체적으로 어둡다.
아처가 등장할 때 음악1 점차적으로 거세지면서
배경 암울해 진다.
웃음없는 냉정한 표정으로 호겸 뒤 10m 뒤에서 주시한다.
호겸 문득 깜짝 놀란듯이 뒤를 돌아보고 아처를 발견한다.
호겸 : (냉정한 표정으로) 아이 씨방새야! 지금이 몇시야!
아처 : (씹으며 호겸과 어께동무를 하고 끌고 간다.)
호겸 : (더욱 크게 소리 높이며) 지금이 몇시냐고!
아처 : (대수롭지 않은 듯이) 4시.
호겸 : (어이없는 표정 짓는다.)
아처 : 겨우 30분 밖에 안 늦었잖아.
둘은 사람들이 혼잡스러운 골목으로 함께 들어간다.
#2 (연세대학교 한 강의실)
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에는 정적만이 흐르고 두 학생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학생 모두 정숙한 몸가짐으로 진지한 분위기다.
대화 울린다.
학생 : (엄숙한 표정으로 응수에게 건네주며) 바로 이거야.
응수 : (받으며) 아무 이상 없겠지?
학생 : 당빠.
응수 : (강한 어조로) 좋아. 이 테잎으로 내 주술은 수천배 강해질 거야.
은혜는 잊지 않으마.
강한 고동이 한 번 울리며 Lay out.
#3 (이화여자대학교 앞 의류매장)
아처와 호겸은 한 점원과 얘기하고 있다.
점원 : (두건을 하나 건네주며) 이게 어울리실 것 같네요.
호겸 : (두건을 받아 머리에 대본다.) 흠. (아처에게 물으며) 어때?
아처 : 돋구리다.
호겸 : 그래? (머리에 두건을 쓰지 못해 허둥지둥 하며) 으. 이거 왜 안 맞지?
아처 : 니 머리가 커서 그래.
호겸 : 씽. 좋아. (점원에게) 이거 주세요.
(결의에 찬 목소리로) 내 기필코 내 머리에 두건을 씌워 놓겠다.
아처 : 오늘의 의식은 두건을 쓸 수 있는 내가 집행하도록 하마.
두건을 머리에 걸칠 수 있는 자는 선택받은 자이니.
#4 (동굴)
전체적으로 음침한 기운이 드는 동굴은 어두움과 간혹 약한 밝음이 섞여있다.
음악2 흘러나오며 한 여인이 벌거벗은 채 십자가형 나무판위에 묶여있다.
음악 볼륨 소리가 급작스럽게 커졌을 때
빠르게 한 인물의 어두운 눈이 화면을 스친다.
#5 (고려대학교 앞 서점)
손님은 없고, 점원은 무릎을 꿇고 몸을 떨고 있다.
그 앞에 정목, 가죽장갑을 끼고 썬글라스를 천천히 벗는다.
정목 : (냉정한 표정으로) 단지 부울대수의 기본적인 관계 때문에
특별히 내게 해택을 베풀 수는 없지.
난 그분께서 내게 내리신 내 힘만으로도 너를 지배할 수 있단 말이다.
점원 : (떨면서 눈물을 흘리며)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쇼.
정목 : (싸늘하게 웃으며) 내 너 따위의 목숨이 어디 필요하겠는가.
(옆에 있는 다이어리를 하나 든다.) 이걸 하나 갖고 가마.
점원 : (고개를 연거퍼 끄덕거리며) 예. 그러십쇼. 얼마든지.
#6 (성균관대학교 앞 '빵굼터'라는 빵집 앞)
아처와 호겸은 그 빵집 앞에서 한 점원을 유심히 바라본다.
점원은 테이블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
점원은 검정색 긴 생머리를 뒤로 넘기며 한 번 고개를 들어
아처와 호겸을 바라보곤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인다.
주위의 사람들은 분주하게 이동하며, 간간히 아처의 두건을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곤 한다.
호겸 : (그 점원을 가르키며) 바로 저 여자야.
아처 : 음. 오늘의 제물로 저 여자를 택한 것이란 말이지?
(잠시 뚫어지게 그 여자를 쳐다보며) 저 정도면 됐군. 좋아.
화면 왼쪽에는 점원의 책 읽는 모습이,
오른쪽에는 아처와 호겸이 그들을 보는 모습이 동시에 잡힌다.
그 때 음악3 은은하게 들려오고,
차분하게 나레이션이 들려온다.
나레이션 : 중세 유럽에서는 마술이 성행했었다. 그 중심은 바로 불가리아
였다. 속임수나 기술이 아닌 마법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악마
를 숭배할 줄 알았다. 신이 아닌 악마를 숭배함으로써 그 힘을
받거나 악마와 합체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지향했던 것은 다름아닌 바로 섹스였다. 온갖 변태적인
섹스. 에이널 섹스와 외설 연구, 그리고 사체와의 섹스말이다.
본래는 성지 예루살렘을 지키는 성당 기사단이 아라비아의 이
단 종교에 접촉하고부터 시작되었는데 14세기에는 기사단이 되
는 입회식 때, 새로운 입회자는 지위가 높은 사람의 항문에 입
맞춤하는 것이 의무였었다.
그들에겐 매년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선택받은 여성을 제물
로 악마에게 바쳤는데 십자가에 제물을 묶고는 제일 먼저 칼로
눈알을 도려냈다. 그것은 제물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세상을 보
여주기 위한 숭배자들의 배려였던 것이다. 그리곤 왼손 첫째,
둘째, 다섯째 손가락을 잘라 질에 삽입하면 대강 준비가 끝난
다.
그 이후 제사는 식순에 맞춰 제물을 하나하나 절단한 후 태워
버림으로써 매듬짓는다.
#7 (성균관대학교 앞 분식점)
분식점은 '빵굽터'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분식점에서 떡볶이와 오뎅을 먹고 있던 다미와 희정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