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유부녀에게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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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kids ( Hit: 157 Vote: 4 )

오늘 2박 3일의 에로틱 배구 번개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거의
한달이나 걸려서 온 크리스마스 카드가 도착해 있었다.

카드에는, 편지가 동봉되어 있었으며, 카드와 편지 곳곳에는
그녀의 현재 사진과 그녀의 딸, 아들의 사진도 있었다.

그 편지를 옮겨보면 이렇다.

" 흠!!! 이게 벌써 몇통째인지 모르겠다.
썼다가 찢고 우표까지 다 붙여놓고도 버리고... 다 너 때문이야.
내 마음에 있는 말을 모두 옮겨 적었었어.
몇 장씩이나 되는 편지, 결코 몇 시간 만에 완성할 수 없었던
것들이었지. 하지만 보낼 수가 없었다.

(옮긴이주: 이 줄은 차마 쓰기가 뭣해서 빼놓는다.)

일일이 얘기 안해도 Card에 나와 있는 사진 보면 알겠지?
말하고 싶지 않았어. 숨기려고 했지만 내 마음 속에서,
아니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 짓는 기분
이어서...
네가 다시 나를 찾아 편지를 썼기 때문에 난 또 괴로워하고 있다.

겨우 잊어가는 너의 존재를 다시 마음 속에 그려야 하는
것이 힘들어. 참 네가 원망스럽다. 그러면서도 반갑고 다시
잃고 싶지 않다.

왜 넌 나한테 전혀 관심이 없니?
다른 사람들은 좋다고 쫓아다니는데... 정작 나는 올라갈 수 없는
나무만 쳐다보고 있으니... 너도 한심해 보이겠지만 나 역시
내 자신이 한심해 보인다.

나 큰일났어. 이젠 아줌마야. 남편있는 아줌마...
이 아줌마가 바람을 필려고 딴 사람 쳐다본다. 한 마디 할 얘기 없니?
너야말로 이상한 잡동사니 말로만 편지 채우지 말고
애진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훌륭한 말 한 마디만 해봐라.

김대중 아저씨가 드디어 뽑혔구나.
NHK에서 선거 집계 상황까지 보여주고 있다.
난 이회창 아저씨를 응원했었는데 안됐구만...

넌 누구를 뽑았었니? 나이를 먹으니까 나라 돌아가는 상황에
관심이 써지는 것 같다.
......

너 나한테 카드나 보냈니?
요샌 할 일도 없다면서 편지도 안 쓰고 뭐하니?
우리 honey가 너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편지
좀 써서 보내라.
......

전번 10월달에 둘째도 낳았다. 아들이었다.
물론 잘 생겼지. 아직 몸이 많이 부어 있어서 내 얼굴 같지 않다.
사진은 올해 초에 찍은 것들이야.(옮긴이 주: 97년 초)
잘 있어라. 또 연락처가 바뀌거나 옮겨지면 꼭 알려줘.

1997년 12월 19일 새벽 3시 10분
애진이가 "

난 그녀가 말로만 하던, 그녀의 딸과 아들을 보았다. 비록 사진이지만
그녀를 꼭 닮았다. 훗~ 세월의 깊이가 이럴 수가.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 우리 초등학교로 전학오고 난 이후 나를
끔찍이도 좋아했었다. 중학교 3년을 같이 다니다가 3학년 때에
전도사인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으로 이민을 갔다. 그렇게 그렇게 고2때
까지 이어지던 편지.. 그러나, 고3때 그는 이젠 잊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편지는 그 이후 중단되었다..

작년 중반 그러니까 97년 중반.. 휴학을 한 나는 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서랍장 깊숙한 곳에 있던 그녀와 주고 받은 편지 백여통을
추려내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여지껏 같은 곳에 살고 있었다.

가끔 연락을 하였다. 내가 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나에게 연락을 하곤
했었다. 나는 원래 성격이 딱딱해서, 반가워도 반갑다는 표현을 잘
못한다.

... 3월중에, 혹은 4월중에 그녀가 한국에 나올 것이다.
그녀를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 생활 속의 작은 기쁨을 그대에게..주연.-


본문 내용은 9,96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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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3/16/2025 18:4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