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주 (takeme )
[단편] 깊은 밤의 채팅은 죽음을 부른다 07/19 05:21 249 line
이번에는 우리가 PC통신을 하면서 한번 이상은 다 해보았을 채팅에 얽힌
괴담을 소개 하겠습니다. 본 작품에 쓰인 일부분은 'PC통신 하이텔'의
CHAT 란에서 발췌하였음을 미리 알립니다.
현재시각 AM 01:22
하릴없이 하이텔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내 머리 속에 문득 채팅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채팅이나 하자'라는 생각으로 대화실에 진입했다.
>> 통신의 매력! 통신의 활기가 있는 곳 !! 'GO CHAT' HiTEL 대화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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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공 개 (10) [tkdwlss ]고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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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비공개 ( 6) [kgb5 ]밤세지 말란 말야~~~~
# 11 공 개 ( 9) [ArtPRO ]30대 자유바람...야자!
# 12 공 개 ( 2) [KONGg ]죽어봤던 사람들 다 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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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공 개 (12) [ghggg ]야호 영퀴방이 없당(영계퀴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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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H:도움말,LT:제목검색,O:개설,J:참여,ST:전체확인,PF:신상)
>>
대기실에 들어오자 마자 주루룩 지나가는 몇 개의 방제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방제가 있었다. 12번의 '죽어봤던 사람들 다 와여...'
평소에도 공포물을 굉장히 좋아했던 터라 나는 그 방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곧바로 j 12 를 쳤다.
음란물 게재, 욕설, 저속한 언어, 프로그램 복사 교환등의
이용시 사용중지는 물론 고발조치 및 형사처벌됩니다.
대화실의 모두는 서로 사랑해야 할 한가족입니다.
항상 고운말 바른말!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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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주(takeme)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임현주(KONGg ) 전 정말 그때만 생각하면 슬퍼서 견딜 수가 없어요..
박형주(takeme ) 안냐셔요~!?
박형주(takeme ) 여기 무서운 이야기 하는 방 맞죠?
남성훈(usanavy ) 아닙니다.. 잘못 오셨네요..
박형주(takeme ) 하지만 방제는 틀림없이...
임현주(KONGg ) 방제가 왜요? 어디 틀린 점이라도 있나요?
박형주(takeme ) 아뇨, 죽었던 사람만 올 수 있다고...
남성훈(usanavy ) 그게 어쨌단 말씀이죠?
박형주(takeme ) 아,아닙니다.. 아무것도..
이때까지는 난 그저 이 사람들이 장난을 하고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성훈(usanavy ) 그래서 현주님 사건은 어떻게 처리된 거죠?
임현주(KONGg ) 원호씨는 처음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었어요..
임현주(KONGg ) 그러나 원호씨의 몇몇 친구들이 거짓증언을 해줌으로서..
임현주(KONGg ) 원호씨에게 완벽한 알리바이가 성립이 되고 만거죠
남성훈(usanavy ) 저런...쯧쯧..
박형주(takeme ) 지금 무슨 얘기들을 하시는 거예요?
남성훈(usanavy ) 현주님의 죽음에 얽힌 사건들입니다 형주님
박형주(takeme ) 예? 아 예에.. 그럼 계속 하시죠..
문득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이 사람들의 얘기도 꽤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방에 남아있기로 했다.
임현주(KONGg ) 결국 난 맺혀있는 한이 너무 많아...
임현주(KONGg ) 지금까지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어요..
남성훈(usanavy ) 그럼 그 원호라는 사람에게 복수하면 되잖습니까
임현주(KONGg ) 원호씨요? 그 사람은 벌써 오래 전에 죽였어요..
남성훈(usanavy ) 아니, 그럼 왜...?
임현주(KONGg ) 원호씨에게 알리바이를 제공했던 두 명의 친구들...
임현주(KONGg ) 그들에게도 원한이 있지요 그래서...
남성훈(usanavy ) 그래서...?
임현주(KONGg ) 어제 그 둘도 결국 죽이고 말았어요
남성훈(usanavy ) 흐음...잘하셨네요..
임현주(KONGg ) 잘하긴요.. 원호씨가 제게 했던 일을 생각만 하면...
남성훈(usanavy ) 그 원호라는 사람이 현주님을 어떤 식으로 해쳤습니까?
임현주(KONGg ) 부엌에 있던 과도를 사용했어요..
임현주(KONGg ) 처음엔 복부를 한번 찌르고
임현주(KONGg ) 두 번째엔 정확히 심장을 노리고 찌르더군요..
임현주(KONGg ) 그리고나서는... 차마..
남성훈(usanavy ) 왜요? 무슨 짓을 했길래..?
임현주(KONGg ) 이미 차디차게 식어있는 제 시신을 앞에 두고...
임현주(KONGg ) 온몸에 칼로 난도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임현주(KONGg ) 얼굴부터..발 끝까지...
남성훈(usanavy ) 설마..그렇게까지..
임현주(KONGg ) 아뇨..정말이예요..전 그래도 원호씨를 믿었었는데...
임현주(KONGg ) 그렇게까지 저를 미워했을 줄은 몰랐었죠...
남성훈(usanavy ) 그래도 속시원히 복수를 하셨으니...
여기까지 눈팅을 하던 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둘을 죽이고
저번에 한명을 죽였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난 부리나케 거실로
뛰어나갔고 한쪽 구석에 쌓여있는 신문 무더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후 오늘 날짜로 된 신문을 찾아냈다. 황급히 신문 제일 뒷장을
펼쳐보았다. 그곳엔... 있었다.. 확실히.. 서울 평창동에서 두명의 남자가
칼로 난도질 당한 채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일전에 그 근처에서 또 한 사람이
똑같은 수법으로 살해당했다는 그 기사...온몸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박형주(takeme ) 저..혹시.. 복수를 하셨던 장소가 어딘지...?
임현주(KONGg ) 저말인가요?
박형주(takeme ) 예에..
임현주(KONGg ) 평창동인데...왜요?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쳐옴을 느꼈다. 급히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한 하나의 임시방편으로서...
매캐한 담배연기에 어느 정도진정이 된 나는 조금더 그 방의 동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박형주(takeme ) 아,아니예요.. 말씀 계속 나누세요...
남성훈(usanavy ) 그럼...이제 제가 얘기를 해볼까요?
임현주(KONGg ) 예.. 해보세요..
남성훈(usanavy ) 현주님 지금까지 얘기는 상당히 재미있었는데요...
남성훈(usanavy ) 솔직히 믿을 수가 없네요
남성훈(usanavy ) 그게 사실이라면 현주님은 지금 죽은 사람이라는 말인데..
남성훈(usanavy ) 죽은 사람이 채팅은 어떻게 합니까? 안그래요?
남성훈이라는 사람이 여기까지 말하자 갑자기 화면에 침묵이 감돌았다.
이야기의 파랑색 배경에 흰색 커서만이 깜박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소변이 마렵다는 생각이 들어 화장실에 갔다.
시원하게 용변을 본 후 다시 방에 돌아왔을 때 화면에는 남성훈이라는
사람이 써놓은 말이 몇 개 떠있었다.
남성훈(usanavy ) 예? 지금 이리로 오겠다고요? 그게..무슨..?
남성훈(usanavy ) 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이제 장난은 그만 좀 하세요.
여기까지... 임현주라는 사람이 남성훈에게 귀엣말을 건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이 쓰는 말을 내가 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 처럼...
그리곤 다시 침묵...
너무 어색해서 내가 말을 꺼냈다.
박형주(takeme ) 왜 아무 말씀이 없으세요 현주님?
임현주(KONGg ) 아..예..잠시 할 일이 있었거든요.
박형주(takeme ) 화장실 갔다 오셨어요? ^^
임현주(KONGg ) 하하, 화장실이라뇨 망자에게 화장실이 왜 필요하겠어요?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게 느껴졌다. 이 사람... 끝까지 자신이 죽은
사람이라고 말하는게... 그러고보니 남성훈이라는 사람이 계속해서 아무
말이 없는 것도 이상했다.
임현주(KONGg ) 형주님은 뭐 하실 말씀 없으세요? 제 얘기에 대해서..
박형주(takeme ) 글쎄요.. 하도 오랜만의 채팅이라...
박형주(takeme ) 그냥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임현주(KONGg ) 그럼 제 얘기를 믿으시는 거군요? 그렇죠?
박형주(takeme ) 예? 아,아뇨.. 믿는다기 보다는...
박형주(takeme ) 그냥 소설에서나 가능한 얘기가 아닐런지...
임현주(KONGg ) ...역시... 너도...
박형주(takeme ) 예? 왜 갑자기 반말을...?
임현주(KONGg ) 기다려라... 거기서 꼼짝말고... 기다려...
박형주(takeme ) 예?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기다리라는 임현주의 말에 난 너무 놀랐다. 황급히 그 말에 대한 반문을 했지만
저쪽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리고 약 10초 정도 흘렀을까?
갑자기 화면에 임현주의 말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간단하면서도
무서운 대답이었다...
임현주(KONGg ) 나 지금 네 바로 뒤에 있어...
반사적으로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그곳엔...그곳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왼손에는 사람의 머리를 거머쥐고 오른손에는 날이
시퍼렇게 든 과도를 움켜쥐고 있는 낯선 여자의 형상이 있었다.
난 숨이 멎을 듯한 공포 속에서 그 여자가 들고 있는 과도를 바라보았다.
창문으로 새어들어온 달빛이 과도의 날에 반사되어 칼에 흠뻑 묻어있는 시뻘건
피를 여과없이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