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3주간의 병원 후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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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05 Vote: 1 )

4월 1일 새벽이었다.
난 오늘이 만우절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 좋은 호재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나의 통증은 3월 30일 어느 낮 갑자기 시작되었다.
이미 그 며칠 전부터 감기와 몸살, 그리고 치통으로
내과와 치과를 다니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흔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갑자기 폐로부터 울려 나오는 강한 기침이 2번 나온 후
가슴이 무척이나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숨쉬기가 힘들어 걷기조차 힘겨웠으며,
가슴에 통증이 시작되었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영미를 만나자마자 잠깐 커피를 마시며 쉬려했지만
고통은 더 심해질 뿐,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어렵게 집으로 돌아온 난
누워보려 했으나 누을 수가 없었다.
누을 때 가슴의 고통이란 참아낼 수가 없었기에...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홀로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
알고 싶은 냉혈인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 볼만 하다.

더이상 참을 수가 없기에 집에 연락을 했고,
다음 날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다.
이 부분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고통은 내 자존심이 결코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란 사실이다.

다음 날 엑스레이를 찍고, 조금 검진을 받았으나
숨이 차긴 했지만 왠만큼 걸어다닐 수 있던 나를
의사조차 그리 큰 병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금 힘들게 잠이 들었다가
드디어 잔인한 4월이 시작되었음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비록 몸은 아펐지만
내 장난끼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만우절 장난을 칠 생각으로
어제 의사가 폐에 구멍이 뚫렸을 지도 모른다는 말을
기정사실화 한 후 결과를 생각했다.

사실 이왕의 거짓말인 만우절 장난이라면
확실하게 죽음으로 하고 싶었지만
아직 실제 병의 결론이 안 난 상황은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수술도 아닌 요양이 되어버린 거짓말로 끝맺고 말았다.

그렇게 장난을 친 후 다시금 잠을 청했는데
아침 일찍 영미가 온 것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너무도 쉽게 걸려들고 만 게다.
푸하하~
영미의 울음과는 상관없이
난 만우절의 장난을 계속 했다.

함께 무척이나 슬픈 표정으로
삶의 마지막을 대하듯이 행동하였고,
얼마남지 않은 수업을 듣고 싶다고 말을 하고
함께 수업도 듣고, 정말 간만에 레포트까지 써 봤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마지막을 슬퍼하고 있을 무렵
성훈이 찾아왔다.

성훈은 내 만우절 거짓말 글은 못 봤지만
전에 조금 아팠던 것이 걱정되어 찾아온 것이었다.

19시 쯤이었을까?
갑자기 집에서 호출이 왔다.
결과가 나왔겠거니 하고 집에 전화를 했더니
어머님께서 울고 계셨다.
빨리 고대 구로병원으로 오라고 울먹이셨다.
늦으면 죽을 지도 모른다고 하시면서...

실제 죽음을 대하니 정말 '쇼킹'이었다.
그토록 죽음에 초연하고 싶었건만...
눈물이 쏟아졌다.
아직 하고픈 일들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뿐이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떠나지 못함이 아쉬웠다.

한동안 움직이지 못한 채 앉아있다가
영미를 집으로 보내고 성훈과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어머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엑스레이를 의사가 보더니 환자를 막 찾았다.
저라고 말을 했더니
어떻게 걸어다닐 수 있냐고 반문을 하고는
바로 응급실 침대에 눕힌 후
커튼을 치고 마취를 한 후
50% 성공률이라는 수술 확인서에 어머님의 도장을 확인한 후
바로 호수를 가슴에 꽂기 시작했다.

이미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해서
폐가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으며,
그렇게 걸어다닐 수 있던 것이 신기한 일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갑작스럽게 내 병원생활은 시작되었고,
그 만우절 거짓말이었던 내 마지막 글은
그 글보다 더욱 심하게 되어
나를 닥치고 말게 된 것이었다.



3672/0230 건아처


본문 내용은 10,17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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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