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여군추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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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장 ( Hit: 169 Vote: 1 )

이 이야기는 제가 말년휴가를 다녀온후 연대로 가면서부터 펼쳐집니다.

그야말로 제대를 코앞에 둔 상태죠...




동기녀석들과 저녁을 먹고 식당(군대용어로는 취사장이라고 하죠...^^;)

에서 나와서 집으로 전화를 하려고 공중전화박스로 가는데 뒤에서

누가 부르는거예요.. 그것도 나긋나긋한 여자의 목소리가...


(소리) : "어이, 여기 자판기가 어딨지?"


아주 간만에 여자의 목소리가 그것도 이런 황량하기 그를데 없는

부대내에서 들은지라 뒤를 돌아다 보았죠..

그랬더니...



아....아.....아....

정말 군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정도의 어떤 미모의 아가씨가

군복을 입고 서있더군요...


계급장은 '중위'.... 윤소희....


단정하게 자른 컷트머리가 귀를 뒤로해서 넘겨져 있었고,

그머리위를 또 단정하게 덮고 있는 흰색 계급장이 달린 모자,

색깔은 약간 바래졌지만 깔끔하게 다림질된 군복....

한마디로 할말을 잃었다는 표현은 그때 쓰라고 만들어 놓았다는 걸 느꼈죠..


나 : "아....네....저...쪽에...있습니다......"

중위 : (손으로 가리킨 쪽을 한 번 보더니) "어디?..... 안보이는데...."

나 : "저쪽에 보이는 막사 있잖습니까? 그바로 뒤에 있습니다."

중위 : (손으로 햇살을 가리며, 얼굴을 약간 찌푸리며....<======요모습은

증말 증말 뿅가게 만들고도 남았다.)

"아~~~ 저기~~... 그래, 고마워..."


그러면서 그쪽으로 총총 걸음으로 가더군요..


그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전 한걸음도 안움직인채 바라만 보았어요...그냥...

전 그날 점호를 받을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온갖 그녀의 생각만이 제 뇌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었기에..



정말 군인 맞을까..?

근데, 왜 저런 미모를 군대에서 썩히고 있을까..?

제대는 얼마나 남았을까..?

로 시작해서....

애인은 있을까..?

나이는 몇살일까..?

내일 만나면 연락처라도 교환하자고 그래볼까..?

만나자고 그러면 나중에 만나줄까....?


아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를 그어떤 곳으로 이끌어 가고 있더군요..

점호를 받기위해 침상에 앉아서 동기들끼리 잡담을 주고 받던중

(그때까지도 그녀 생각에 딴생각은 할 겨를도 없었음!)


어떤 동기 녀석 하나가...

그 녀석 : "야, 아까 곱상하게 생긴 여군 봤냐?"

또다른 녀석 : "너두 봤냐? 야~~ 증말 이쁘데... 제법 반반하더라.."

그녀석 : "미친X이지 뭐... 왜 고생길로 들어 섰는지 몰라.. 안그러냐?"

또다른 녀석 : "그러게... 사회에 있으면 그 세숫대야(?)로

지금의 군바리 봉급보다 훨씬 더받을텐데..."


전 이대목에서 뭔가가 목에서 콱 올라오는걸 느꼈죠..


나 : (속으로)'그래, 이놈들아, 맘대루 지껄여라..지껄여..

겨우 2년넘는 세월동안 군대에서 배운게 고작 이거냐?

너희같은 놈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절대 대우를 못받을거다..'


이런 출처모를 흥분을 겨우 가라 앉히며 잠자리에 들었죠..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다음날...

기상해서 하는일없이 빈둥대다가 아침먹으러 식당에 들어섰죠..

(아무리 놀아도 밥은 반드시 챙겨먹는 위대한 군바리..)


전 들어가자마자 의식적으로 간부식당을 들여다 보았죠..

그녀가 있나해서...

구석구석 샅샅히 봤지만 없더군요...

밥알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다시 나오는지도 모른채

숟가락 왕복운동에 열심히 전념할때쯤에...

고개는 분명 테이블에 쳐박아

(이런 애틋한 사연에서 이런 안애틋한 표현을 써두 되는지 모르지만..)

두었는데, 뭔가가 시야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죠..


아.........

그녀가 들어오더군요...

어제와 조금도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거리가 20여 미터 떨어진 곳이었는데,

그녀의 컷트로 쳐진 머리가 총총걸음에 나부끼는걸 볼수가 있었답니다..

(아무리 닥쌀스러워두 참으셔야합니다!!

그때의 감정을 최대한 살리려고 무진장 애쓰고 있는 저를 생각해서..)


식기를 취사병에게서 받아들고 식탁에 앉는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넋을 잃고 바라봤죠..

스테인레스의 식기와 그녀의 숟가락과 숟가락을 든 그녀의 손가락이

삼박자를 잘맞춰서 빛나고 있는 것 같더군요..

내식기 안에서 식어가는 아까운 짬밥과 아까운 똥국(!)은 이미

내 관심분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죠..


그녀를 볼수 있는데, 이짬밥이 문제일쏘냐... (닥쌀이 극치를 달리죠?^^;)


그녀가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려고하자 전 아차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리 식기를 닦아놓고 그녀를 기다려야 시간이 들어 맞는데..

전 부랴부랴 식기를 들고 식기 세척장으로 달려갔죠..

잔반도 지정해놓은 곳에 버려야하는데, 아무데나 대충 훽버리고

그냥 수도꼭지를 이빠이(이것도 고쳐야할 군대용어죠..

이빠이===>아주세게) 틀어놓구 고깃기름이 줄줄 흐르는 식기를

그냥 식기함에 넣고 밖으로 달려나왔죠..

(그식기로 그담에 먹었던 분께는 증말 죄송합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


그리고 부랴부랴 그녀를 찾았죠....

동서남북을 다 살펴봐도 그녀는 없더군요..

아, 이제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는데...떠나는데...



그때부터 조바심이 발동을 했답니다.....

찾아야만 한다...

미친 듯이 연대 막사 전체를 뒤지고 돌아 다녔죠..

아무 보이는 문이라는 문은 그냥 열고 들어가서 휘익~~

둘러보고 없으면 다시 쾅~~


(전 사랑에 빠지면 눈에 뭐가 씐다는 말을 안믿었는데,

그일 이후로 믿는답니다..^^;)


그래서 두 개의 층을 모조리 훑었는데, 그녀는 없었답니다..

약간은 기운이 빠진채로 다음층을 올라가는데...


아....아....

역시 두드리면 열리는 것이 맞구나...

그녀가 내려오고 있었답니다.


그때의 기분을 뭘로 표현해야할지....

묵묵히 다음칸의 계단끝만을 내려다보며 걸어 오던중,

그녀도 저를 발견했답니다..


그녀 : "어?.....너...?"

나 : (약간 이상한 분위기이다가) "추웅서엉!!!!!!!"

(아....슬픈 현실이로다.... 이상황에서 경례를 때려야만 하는 군바리여~~~~~)

그녀 : (약간의 미소를 머금으며) "그래... 자판기... 자판기 맞지?"

나 : "네, 맞습니다.... 자판깁니다..."

그녀 : "뭐? 자판기라구? 호호호호호...."

나 : "....................."

그녀 : "덕분에 어제 굶을뻔했던 커피 마셔서 고마웠어.."


하며, 그냥 쓰윽 지나치려는 겁니다..

증말 이렇게도 사람맘을 몰라주다니...


나 : (용기를 내어) "저...... 윤중위님!!"

그녀 : (나를 힐끗보며) "응, 왜?"

나 : "....................."

그녀 : "나한테 할말있니?"

나 : "저.... 커피한잔 뽑아 주십시오!"

그녀 : "뭐? 커피?"

나 : "네, 집에갈 차비밖에 없어서 커피마실 돈이 없습니다!"

(피부에 와닿는 얘기죠?^^;)

그녀 : "그으래? 흐음....그러구 보니.... 예비군마크를 달았네..."

나 : "네, 그렇습니다. 저 이제 내일이면 사제인간 됩니다..!"

그녀 : "좋겠다... 사제인간 된다는데 그정도 자판기 커피한잔 쯤이야 뭐..."

나 : "사주시는 겁니까?"

그녀 : "그래, 그러지 뭐...

(내 이름표를 쓰윽 쳐다보며)

박병장 아니었으면 나두 커피 구경 못할뻔 했는데...

근데, 어쩌나...? 지금 내가 조금 바쁜데..."

나 : "........."

그녀 : (시계를 보며) "그럼 이렇게 하자.... 이따가 점심먹구 ...

음....12시40분으로하자... 자판기 앞으로 와...알았지?"

나 : (으메~~ 이게 웬떡??) "감사합니다!!"

그녀 : (계단을 다시 내려가며) "이따가 보자....."

나 :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추웅서엉!!!!!!!"


(불쌍한 자여..그대 이름은 군바리라~~)


군생활내내 느꼈었지만 새삼스레 또다시 느낀게 있었답니다..

'시간 증말, 드럽게 안가네...'


1분에 시계보기 평균 5회!

커피 멋있게 마시는법 연습25회!

분위기 있게 대화하기 연습 약 80여회.....


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점심시간이 다가 왔습니다..

동기 녀석들 전부 식당으로 우르르 달려갈 때,

전 옷매무새 고치기에 바빴죠..

동전으로 줄세우기(헌병들은 그렇게 했다가는 애써서 세워놓은

줄이 망가지겠지만 저희같은 소총수들은 아주 자주 이용하는 비상수단이죠..),

모자챙이 이쁘게 둥글게 말기, 군화 화장지로 광내기...


등등 등을 하는데도 40분이란 시간은 실로 엄청난 시간이었습니다.


12시 30분!

심호흡을 길게하고 그 결전의(?) 장소로 향했죠...

오리걸음으로 간다고 해도 3분이면 떡을 치고도 남을 시간인데...^^;


자판기에 가니, 어리디 어린 것들(짝대기 하나)이 밥도 일찌감치 먹구

커피를 마시고 있더군요..

(군대 많이 좋아졌다...이등병이 자판기 앞에서 느긋하게 커피도 마시구..)


평소같으면 죠크를 먹였겠지만 상황이 상황이고 나의 컨디션이

컨디션인지라 그냥 씨익 웃고 넘어갔죠..

어린것들의 커피 마시는 것을 격려하며(?) 열심히 힘내라는둥,

언젠가는 나같은 날이 온다는둥의 쓰잘데기 없는 말들만을 늘어놓으며


그녀를 기다렸으나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45분...46분....47분...48분....



'이거 큰일 났네... 오후 일과가 연대 주임원사 교육있는데.....'


받을 필요도 없고,

받으러 가도 제대로 듣는사람 하나 없는데 왜 하는지 원....

그런 걱정에 휩싸여 있는데, 등뒤에서..


소리(그녀) : "늦었지....?"

나 : "어....추웅서엉!!!!!!!!!!!!"

그녀 : (경례를 멋있게 받아주며) "그래, 충성~~"


저렇게 이쁜손으로 경례를 할수도 있구나....


그녀 : (동전을 꺼내며) "오후에 뭐하니?"

나 : "교육 있습니다.."

그녀 : "그래? 내가 조금 일찍 왔어야 했는데....

나두 교육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나 : "........."

그녀 : (커피한잔을 건네주며) "저쪽으로 갈까?"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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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3/16/2025 18:4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