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기간 동안 산골에 홀로 사는 외할머니네에 맡겨진 서울 손자의 이야기. 말을 못하는 할머니와 불편한 시골 생활에 심술궂게 굴던 어린 외손자는 할머니의 희생어린 사랑에 차츰 '정'을 느껴간다. 대사 보다는 등장인물의 표정과 상황 묘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작품은, 단편영화를 보는 듯 잔잔하게 절재된 영상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원제 '집으로'는 도시 아이에게 힘든 시골 생활을 벗어나고픈 심정을 표현했다.
<미술관 옆 동물원>에 이어 이정향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지만, 시나리오는 먼저 완성했었다고 한다. 본인의 경험, 즉 외할머니가 자신에게 준 그 무조건적인 사랑의 기억이 시나리오의 바탕이 되었다. 촬영지인 산골 오지의 외딴 시골집은 충북 영동이며, 할머니를 포함해 많은 조연들이 촬영지에서 캐스팅 된 연기 경험이 전혀없는 지역 주민들. 특히 할머니 역을 연기한 김을분 할머니는 77세로 충북 영동에서 호두 농사를 지으며, 영화에서처럼 혼자 사신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전국 416만의 국내 관객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영화에서처럼 시골의 평범한 생활을 하던 김을분 할머니가 언론과 세인들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이 되어 결국 60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떠나 거취를 옮기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한편, 이 영화는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사인 파라마운트사에 판권료 23만 달러(약 3억원)에 팔렸다.
스페인 산세바스찬 국제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 부문(Zabaltegi)에 초청되어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세계카톨릭언론연맹(SIGNIS)이 수여하는 FUTURE TALENT상을 수상하여 이정향 감독 앞으로 4000유로(약 48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고 한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을 한참 걸어, 엄마와 7살 상우가 할머니의 집으로 가고 있다. 형편이 어려워진 상우 엄마는 잠시 상우를 외할머니 댁에 맡기기로 한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시골 외딴집에 남겨진 상우. 전자오락기와 롤러블레이드의 세상에서 살아온 아이답게 빳데리도 팔지 않는 시골가게와 사방이 돌 투성이인 시골집 마당과 깜깜한 뒷간은 생애 최초의 시련이다. 하지만, 영악한 도시 아이답게 상우는 자신의 욕구불만을 외할머니에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외할머니가 그렇듯 짓궂은 상우를 외할머니는 단 한번도 나무라지 않는다. 같이 보낸 시간이 늘어날수록 상우의 할머니 괴롭히기도 늘어만 간다. 빳데리를 사기 위해 잠든 외할머니의 머리에서 은비녀를 훔치고, 양말을 꿰매는 외할머니 옆에서 방구들이 꺼져라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그러던 어느 날,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은 상우는 온갖 손짓발짓으로 외할머니에게 닭을 설명하는 데 성공한다. 드디어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는가 싶지만, 할머니가 장에서 사온 닭으로 요리한 것은 "물에 빠트린" 닭. 백숙이었다. 7살 소년과 77세 외할머니의 기막힌 동거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땅의 모든 외할머니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
시후느낌:
영화는 중간 이상의 호평을 받으면서도 메이저급 수상은 하지 못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했다. 폭력과 에로만이 난무하는 영화계에 혁신적인 소재의 바람을 몰고 온 것은 사실이지만 고만고만한 사건들의 연속과 조약한 음악으로 일관되는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영화를 보며 느낀 것은 한 가지. 비록 나 역시도 도시 아이로서 벌레를 잘 잡지 못했고, 백숙보다는 프라이드치킨을 좋아했긴 하지만 내 아이는 가능한 한 싸가지 있.게. 키워야겠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