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조금 모자란 듯 보이는 주인공 철민(정우성)의 또 다른 이름은 똥개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철민은 자신의 별명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키득거리고, 달걀 후라이 반찬을 놓고 아버지와 다투고, 집안살림을 돌보며 하루를 소일하는 것이 전부다. 수사반장인 아버지(김갑수)는 꿈도 없고 희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철민을 구박하며 나무라지만 이에 주눅이 들 똥개 철민이 아니다. 아버지의 잔소리에도 멍한 표정으로 어물쩍 받아넘길 뿐 여전히 빈둥거리며 게으름을 피운다.
그렇다고 철민이 늘 혼자인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엉뚱하고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속칭 'MJK(밀양 주니어 클럽)' 멤버들이 철민 주위로 모여든다. 서로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이들은 쉽게 가까워진다. 사람들은 그들을 '실패한 한심한 젊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도 나름대로의 삶의 컨셉임으로....
어느 날 아버지는 정애(엄지원)이라는 낯선 여자아이를 집안으로 들인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이제부터 친남매처럼 지내라"라는 말 뿐이다. 철민은 느닷없이 나타난 정애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정애 역시 철민이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는데다 갑자기 시작한 바른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사실 그녀의 꿈은 언젠가 서울 압구정 '로데 5거리(?)'에서 커피 전문점을 차리는 것. 싸움 잘하는 오빠 철민은 기도를 시킬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다.
철민과 아버지, 정애가 함께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질 무렵 철민의 친구 대떡이 동네 건달들에게 크게 당한다. 인근 고속도로 개통을 두고 이권 사업을 벌이던 지역유지 오덕만의 횡포에 당한 것. 비록 단순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 지 잘 알고 있는 철민은 아버지에게 오덕만을 체포하라고 조르지만 아버지는 냉정하게 사건을 수사할 뿐 묵묵무답이다. 한편 오덕만은 철민의 아버지 차반장이 자신의 사업에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고 노골적으로 매수에 나선다.
참다못해 철민은 결국 직접 오덕만을 응징하기로 마음먹고 무작정 덕만 일행에게 달려간다. 이제 가슴으로 생각하고 머리로 치받는 똥개 철민의 씩씩한 활약이 시작된다.
한번 물면 놓치 않는 녀석 <똥개>!
'똥개'는 원래 '똥을 먹는 잡종 개'란 뜻이지만, 옛날부터 어른들이 어린 자녀와 손자들을 부르던 말이기도 하다. 어른들께 그 이유를 물으면, '똥개'라는 이름이 부정 타는 것을 막아준다는 말을 덧붙인다. 농사짓는 손도 모자라고, 자식들이 주렁주렁한 마당에 아이들 하나하나에 대해 소홀히 할 수밖에 없던 시절에는 귀한 아이일수록 그저 막 자라도 튼튼하게 커 줄 것을 소원하는 주문처럼 표현한 것이다. 그만큼 '똥개'라는 말은 아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 줄 것을 기대하는 어른들의 보살핌과 내리 사랑을 담고 있는 역설적인 말이다.
나는 <똥개>을 결코 멋지거나 영리하진 않지만 순박한 용기와 애정으로 뭉친 씩씩한 영화로 만들려고 한다. 처음 이 이야기의 소재를 접했을 때 떠오른 감정은 '애처로움'이었다. 하지만 영화 <똥개>의 주인공은 애처로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밝고 힘차게 행동한다. 누군가 잘못한 짓이 있다고 생각하면 속이 후련할 정도로 치고 받아버리지만 그 뒷감당은 철저히 주인공의 몫이다. 가슴으로 내린 결정에 따라 행동한 결과는 통쾌하지만 혹독한 대가가 뒤따른다. 결국 그는 똑똑한 사람들이 만든 사회법규와는 거리가 먼, 스스로 정의라고 믿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인물이다. 언뜻 그의 행동이 멍청하고 한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한번 저질러보지 못하고 후련함에 목말라 살고 있는 나와 관객들에겐 시원한 삶의 활력소가 되리라 믿는다.
나는 <똥개>의 시나리오를 쓰며 '정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정의'란 사람과 지역과 상황에 따라 그 기준을 달리한다. 아버지의 정의와 나의 정의가 전혀 다를 수도 있고, 너의 정의가 때론 내게 불의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보아야할 것은 '영리한 사람들의 정의'가 보편적인 정의가 된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덜 영리한 사람들을 위한 정의는 무시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목젖을 따고 거세를 당한 채 매일 샴푸를 하고, 주는데로 먹으며 사람들 품에 안겨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애완견보다, 흙먼지에 뒹굴고 내키는데로 짖으며, 비록 더럽지만 홀가분하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살아가는 똥개가, 나는 훨씬 더 개다운 삶을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똥개>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덜 영리한 사람의 이야기다.
시후느낌:
똥개에서 남는 건 말미의 격투씬밖에 없다. 최고의 멋있는 배우, 정우성을 데려다가 최고의 멋없는 격투씬을 찍어낸 곽감독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그간 대개의 영화들이 가장 멋있는 격투씬을 찍고자 했고, 또 그 반대급부로 가장 리얼한 격투씬을 찍고자 했으며, 심지어 품행제로,에서는 멋있는 격투씬을 풍자하는 리얼한 격투씬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그 무엇도 똥개의 격투씬만큼은 못 된다. 똥개의 격투씬은 속옷 한 장 달랑 입고 펼쳐내는 진정한 글라디에이터의 대결이오, 또한 가장 원초적인 격투씬이기도 한 것이다. 멋이란 멋은 완전히 배제한 채 마치 학창시절 친구들의 싸움을 보는 듯한 격투씬은 이 영화가 가진 모든 것이다. 더 이상은 기대 금물.
2004-02-02 06:09:42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1
Sitemap
Search
당신의 추억
그날의 추억
Tags
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3/16/2025 21:28:26